|
권태근 삼일제약 경영혁신본부 전무는 18일 현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평소보다 2~3배 가량 부루펜 출고량이 늘어났다”며 “이대로면 조만간 품절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원료수급 문제와 생산라인을 고려할 때 부루펜 생산량을 무한정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하루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어가면서 자가치료가 대세가 됐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어린이의 경우 해열제를 통한 초기대응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원조 소아 해열제인 부루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 삼일제약, 국내 유일 오리지널 부루펜 생산
현재 수많은 이부프로펜 계열 해열제가 경쟁 중이지만 삼일제약(000520)의 부루펜은 유독 귀한 몸 신세다. 삼일제약은 국내 유일 오리지널 부루펜 제조사이기 때문이다. 현재 부루펜은 미국 ‘애보트’(Abbott)사가 글로벌 판권을 보유 중이다. 삼일제약은 미국 제약사 애보트와 기술제휴를 맺고 품질면허 아래 부루펜을 생산하고 있다. 또 애보트가 지정한 3~4개 회사로부터 부루펜 원료를 사들이고 있다.
반면, 경쟁사들은 같은 이부프로펜 계열이라도 생물학적 동등성을 인정받은 제네릭(복제약)이다. 이들은 인도 등지에서 값싼 원료를 사들여 해열제를 생산하고 있다.
권 전무는 “우리는 정품”이라며 “우리는 퀄리파잉(검증)된 원료만 써왔고, 제조 노하우가 축적돼 부루펜 품질이 안정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유튜브, 맘카페 등에서 이와 같은 내용이 입소문을 타고 부루펜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부루펜이 사용 중인 ‘병’ 용기가 1회용보다 약품 변질없이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점까지 알려지며 인기가 높아졌다.
소아 해열제 부문에선 타이레놀 등의 아세트아미노펜 계열보다 효능이 좋다는 점도 판매를 부추기고 있다. 권 전무는 “이부프로펜 계열의 부루펜 해열제가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타이레놀보다 아이들에게 효과가 좋다”면서 “아이들이 열이 날 땐 염증 질환이 동반된다. 부루펜은 소염 성분이 포함돼 해열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소아 해열제로써 아부프로펜 계열을 찾는 이가 많은 이유다.
코로나 자가치료는 기존 감기 대응과 유사하다. 아이들의 염증 반응에 체온이 올라갈 경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체온을 일단 떨어뜨리는 게 중요하다. 고열이 39도 이상 고열이 지속되면 뇌 손상이나 소아 뇌전증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
◇ 2020년 생산라인 축소, 부루펜 현 수요 감당 못해
지난 2020년 세계보건기구(WHO) 이부프로펜 자제 권고 논란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권 전무는 “당시 WHO는 코로나에 이부프로펜 해열제가 위험하다며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가 하루 만에 이를 정정했다”며 “WHO는 프랑스 임상결과가 적절치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도 이부프로펜 계열 해열제 ‘애드빌’을 코로나 기간 중단 없이 사용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삼일제약은 지난 2020년 부루펜 생산라인을 축소했다. 그 결과, 삼일제약의 부루펜 생산능력은 부루펜시럽이 36만병에서 10만병으로, 부루펜정은 7200만정에서 3074만정으로 각각 줄었다. 같은 기간 복제약 제조사들은 생산라인을 늘려왔다. 부루펜이 최근 어린이 해열제 시장에서 3위까지 밀려난 이유다. 삼일제약이 부루펜 생산을 줄이는 사이, 경쟁사들이 대규모 판촉으로 그 자릴 꿰찼다.
권 전무는 “우리가 부루펜 생산라인을 증설하지 않는 사이 경쟁사들이 생산규모를 크게 늘렸다”며 “제네릭을 포함한 이부프로펜 해열제 생산량을 모두 합산하면 소아 해열제 수요는 어느 정도는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부루펜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한편, 삼일제약의 부루펜 매출액은 2020년 27억5400만원(매출액 대비 2.2%), 지난해 3분기 누적 18억2600만원(1.8%) 등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