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쇼핑에 힘 싣는 네이버…라이벌은 쿠팡 아닌 페이스북

김무연 기자I 2020.07.09 05:15:00

낮은 수수료로 고객사 라이브 커머스로 유치
유료 멤버십 인기…객단가 및 입점 업체 수 늘어나
페이스북, 구글 잇따라 국내 이커머스 시장 진출 선언
국내 기업 간 경쟁 무의미…다양한 혜택으로 차별화해야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네이버가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 패자(覇者)로 도약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시작해 소비자를 끌어 모으는가 하면 저렴한 수수료로 유통사의 라이브 커머스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페이스북, 구글 등 글로벌 거대 플랫폼 기업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진출 의사를 밝힌 가운데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더 이상 네이버의 경쟁 상대가 쿠팡, 이베이코리아 등 기존 이커머스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 만큼 이커머스 시장을 둔 네이버의 다양한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이버 셀렉티브(사진=네이버 셀렉티브 공식 홈페이지)


◇ 라이브 커머스, 멤버십으로 고객사·소비자 모두 잡았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션·유통업계는 네이버의 자체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셀렉티브’와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운영하는 ‘잼라이브’를 통해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 중이다. 라이브 커머스는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 동영상을 통해 상품의 품질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판매 경로다.

특히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서 네이버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란 평가다. 기존 유통업체들이 진행하는 라이브 커머스를 보려면 업체별로 자체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아야 하지만 네이버 셀렉티브는 별도 앱은 물론 네이버 검색을 통해 쉽게 접속할 수 있다. 잼라이브 또한 퀴즈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젊은 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유력 플랫폼이다. 현재 다운로드 수만 100만 건을 돌파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라이브 커머스의 성공 여부는 결국 얼마나 쉽게 소비자들이 접속해서 방송을 보느냐가 좌우하기 때문에 인지도와 접근성이 높은 네이버가 유리할 수 밖에 없다”면서 “네이버 셀렉티브의 경우 수수료율이 전체 매출액 대비 한 자릿수로 저렴한데다 적극적으로 고객사를 유치하고 있어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서 네이버의 영향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유료 멤버십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도 상당하다. 네이버는 지난달 1일 유료 멤버십인 ‘멤버십 플러스’를 출시했다. 해당 멤버십에 가입할 경우 월 결제금액에 따라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최대 4%(1회 최대 2만원)를 추가 적립해준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멤버십 플러스 출시 이후 월 20만원 이하를 지출하는 소비자들의 객단가가 가입 이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석 달 동안 월평균 신규 스마트스토어 창업 수는 이전 3개월 대비 45% 증가했다”라면서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 생태계는 계획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향후 시장지배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페이스북 샵스 이미지(사진=카페24)


◇ 페이스북, 구글이 온다…공세 나선 네이버

네이버의 이커머스 전략 강화는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22일 국내 쇼핑몰 플랫폼 업체 카페24와 손잡고 온라인 쇼핑몰 ‘페이스북 샵스(Facebook Shops)’를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다수가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 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상품 구입이 가능해지면 접근성 측면에서 네이버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세계 최대 플랫폼 업체인 구글은 올 하반기부터 국내에서 판매업자들이 무료로 구글쇼핑에 상품을 노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구글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또한 지난달 29일부터 일부 광고주를 대상으로 유튜브 ‘쇼핑 익스텐션’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영상에서 바로 제품 구매 페이지로 연결해주는 것을 넘어 해당 상품 설명을 카탈로그 식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페이스북의 최종 목표를 인스타그램, 왓츠앱과 협업해 상품 검색부터 결제까지 구매 전반에 대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네이버가 네이버쇼핑, 네이버페이 등을 통해 쇼핑 통합 플랫폼으로 거듭난 것과 비슷하다. 페이스북 샵스가 국내에 자리 잡을 수록 네이버와 지속적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실제로 네이버는 페이스북 샵스의 국내 진출이 알려진 뒤 멤버십 플러스의 1회 적립 상한액을 기존 8000원에서 2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기존 혜택을 확대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판매자와 더불어 소비자에게도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하려는 의도”라면서 페이스북이나 구글의 이커머스 진출에 따른 정책 변화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IT 기업들이 언제든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라 페이스북과 구글의 진출은 예견된 일이었다”라면서 “네이버로서는 쿠팡 등 특정 이커머스 업체가 아니라 페이스북, 구글 등 모든 경쟁 상대와의 차별화에 주안점을 두고 전략을 수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봤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