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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위기 숙박업]"이제 뭐 먹고 살지"…관광도시 속초 '한숨바다'

김미영 기자I 2020.04.07 05:55:06

주말에도 썰렁한 속초…펜션 사장들 한숨소리만
관광지 숙박업계, 코로나19에 ‘휘청’
지역축제 취소에 당일치기 손님만
경기침체 속 작년부터 경매 급증

[강원=이데일리 강신우·황현규, 김미영 기자] “이렇게 장사가 안될 줄이야….”

지난3일 낮 12시30분, 강원도 속초시 청호 해안길(조양동) 속초 해수욕장. 이곳은 강원도에서도 손꼽히는 관광 1번지이지만 이날 관광객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바닷가를 마주 보는 ‘펜션·민박마을’ 한편 길가는 예전엔 주·정차된 차와 사람들로 북새통이었지만 이날은 ‘한산’했다. 일부 음식점과 숙박업소는 아예 문을 닫아걸었다.

강원도 속초시 조양동 ‘펜션·민박마을’이 텅 비어있다.(사진=강신우 기자)
◇“지역축제도 취소…주말 꽉 차던 손님, 한 명도 없어”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관광지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숙박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자 공실률을 커지고 숙박업주들의 한숨은 늘고 있다. 언제까지 불경기가 계속될지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어서다.

속초 해수욕장 앞에서 20년간 숙박업(6호실 규모)을 한 김 모(74) 씨는 “20년 만에 ‘최악’이다. 이맘때쯤이면 주말에 예약이 꽉 찼는데 오늘은 손님이 한 명도 없다”며 “근근이 먹고 살고 있는데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서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대로 가다가는 ‘달방’을 놓아야 하나 생각도 한다”고 했다. 달방은 ‘월세’를 말한다.

‘펜션·민박마을’은 3, 4월이면 대학생 단체모임(MT)이나 설악벚꽃축제 등으로 해마다 찾아오는 수요가 있다. 이 때문에 봄은 여름 성수기만큼은 아니지만 ‘준성수기’ 시즌이다. 그러나 작년 ‘강원산불’에 이어 이번 코로나19로 2년째 ‘생업’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다른 숙박업(24호실 규모) 사장인 황 모(58·여) 씨는 “1박에 6만원하던 방값을 20% 할인한 가격에 내놨지만 주말 4건 정도 예약하면 많이 하는 편”이라며 “숙박업 중개 수수료 15%에 가스비, 전기세 등 부대비용을 빼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설악벚꽃축제가 주 고객층이었는데 지역축제마저 취소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하소연했다.

황 씨는 또 “해변가에는 관광객이 더러 오는데 대부분 ‘당일치기’ 여행객들”이라며 “편의점에서 요깃거리를 사서 해변에서 즐기다가 숙박하지 않고 돌아가기 때문에 숙박업 타격이 유독 큰 분위기”라고 했다. 이날 해변에서 만난 여행객 역시 무박 1일로 속초를 찾았다. 춘천에서 왔다는 장 모(22) 씨는 “친구 군 입대를 앞두고 당일치기로 여행을 왔다”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민박 같은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했다.

속초뿐만 아니다. 춘천 역시 주말임에도 텅 빈 펜션이 많았다. 춘천은 3, 4월이면 ‘입영특수’와 함께 장병들의 수요가 많지만 정부가 코로나19로 장병들의 휴가·외출 등 출타를 전면 통제하면서 수요가 뚝 끊겼다. 5년 전 퇴직 후 노후 생활을 위해 춘천 신북읍에서 펜션(6호실 규모)을 시작했다는 최 모(62) 씨는 “부대비용을 빼면 한 달 수익이 고작 10만원 안팎”이라며 “군인 고객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는데 지금은 손님이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역 경제 전체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나만 힘들지는 않겠지만 코로나19가 빨리 끝나고 경기가 회복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강원도 속초시 조양동 ‘펜션·민박마을’의 한 숙박업체 내부. 방 24호실 중 이날 4개 호실만 예약됐다.(사진=강신우 기자)
◇전남·강원·제주, 관광지 숙박업소 경매 多…작년부터 급증

속초를 포함한 강원도처럼 유독 관광의존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숙박업계의 타격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강원도에서 경매에 넘어간 숙박업소는 488곳이다. 이 가운데 111곳만이 평균 절반 가격에 낙찰됐다. 남해 관광 명소를 품은 전라남도는 718곳이나 됐다. 이중 34곳만이 절반 아래 가격에 새 주인을 찾았다. 전국 16개 시도로 따지면 숙박업소 경매 물건 수로 전남이 1위, 강원도가 2위이다.

3위는 ‘관광의 섬’ 제주도로 363곳이 경매에 부쳐져 70곳만 평균 낙찰가율 36%에 낙찰됐다. 제주공항과 가까운 제주시 씨엘블루호텔은 감정가 128억1800만원에 나와 3차례 유찰 후 작년에 60억1900만원에 팔렸다. 감정가 56억원이 넘는 제주시의 스카이힐비즈니스호텔은 반값도 안되는 최저입찰가로 새 주인을 찾고 있고, 서귀포시 비스타케이호텔의 경우 총 146실 중 45실이 감정가 절반 아래서 경매 진행 중이다.

숙박업소의 경매행렬은 전국적인 풍경이기도 하다. 우려되는 건 경매로 넘어간 물건들이 지난해에 급증했다는 점이다. 2017년 전국에서 이뤄진 숙박업소 경매 건수는 1116건이었고 2018년엔 1285건,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는 2804건으로 집계됐다. 올 2~3월에 코로나19 여파로 법원 경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더 늘어난 셈이다. 평균 낙찰율은 같은 기간 27.2%에서 26.3%, 17.1%로 줄었고 평균 낙찰가율 역시 62.4%에서 61.2%, 38.3%로 주저앉았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크게 번졌던 대구에선 사업장을 아예 자가격리 전용으로 내주고 소정의 금액만 받은 곳도 있다던데 정부에서 전국적으로 이를 확대하는 등 묘안을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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