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구글이 만드는 미래는 마냥 '핑크빛'일까

장병호 기자I 2020.03.18 05:03:30

실리콘 제국
루시 그린|392쪽|예문아카이브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의혹만으로도 전 세계가 놀랐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바로 대선 개입 수단으로 언급된 것이 페이스북이었다는 점이다. 단순한 소셜미디어로 여겨졌던 페이스북의 영향력이 우리의 생각 이상임을 보여주는 예다.

페이스북만이 아니다. 구글, 아마존, 애플 등 미국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단순한 기업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권력’으로 거듭나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한 산업 부문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산업의 기류이면서 문화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2019년 11월 23일(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열린 가상화폐 ‘리브라’ 사업 등에 관한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AP뉴시스).


저명한 미래학자로서 권위 있는 글로벌 싱크탱크를 이끌고 있는 저자는 페이스북을 통한 미국 대선 개입이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실리콘밸리 기업과 정치는 이미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정치자금 감시단체 CRP에 따르면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2017년 로비 활동으로 1800만 달러 이상을 썼다. 아마존은 1280만 달러, 페이스북은 1150만 달러를 각각 지출했다. 이들이 정치권에 이토록 막대한 자금을 들이고 있는 것은 새로운 분야 개척의 가장 큰 장벽인 규제를 걷어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그래서 저자는 나날이 힘을 얻고 있는 실리콘밸리 기업의 성장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반문할 때가 왔다고 주장한다. 정부와 그 산하 기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시대에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고 있는 현실이 마냥 ‘핑크빛’은 아니라는 것이다. 풍부한 자금, 인재, 야심으로 무장하고 전 세계의 주도권을 장악하며 소비자의 신뢰를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대 기술기업들과 그들의 약속, 그 안에 도사린 문제점을 전하는 독보적인 시각이 눈에 띈다. 소셜미디어를 창안한 이들이 가져올 정치와 의료 시스템의 변화,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만연한 여성 차별, 문화적 식견 부족으로 빚어지는 다양한 논란 등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기술이 약속하는 미래는 매혹적이다. 그러나 거대 기술기업들이 우리의 정치·사회·경제에 미칠 영향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특권 집단이 된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우리의 미래를 훔치기 전에 이들의 본질적인 결함을 점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실리콘밸리가 그리는 미래가 정말로 우리가 원하는 미래인지를 묻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