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한일전쟁]대한민국 골퍼는 'YES 재팬'

송주오 기자I 2019.08.17 08:04:30

주말 골퍼들 일본 골프제품 애용…일본산 골프채 국내 점유율 60% 넘어
탄소섬유 중요한 샤프트 시장서도 일본산 강세
두미나·볼빅 등 국내 골프업체 경쟁력, 세계서 인정

주말 골퍼들이 사용하는 골프채에는 일본제품이 대부분이다.(사진=독자제공)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국대 대기업에 다니는 P 부장은 최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에게서 핀잔을 받았다. 딸이 자신의 골프채를 보며 일본제품 아니냐고 지적한 것.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지지하고 있던 P 부장이지만 자신의 골프채에 일본제품이 있으리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P 부장은 “딸은 지우개, 샤프 등 문구 용품도 국산 제품을 애용하려고 찾고 있다고 하더라”라면서 “정작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골프채는 일본 제품 사용에도 무덤덤했던 것 같아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17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달 일본산 골프채 수입규모가 전년동월대비 17.6% 감소했다. 국내에서 수요가 높은 일본 골프채도 불매운동의 영향을 받았다.

국내 골프용품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지난해 전체 수입 골프채 중 일본산은 76.8%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에도 71.1%를 기록했다. 골프채 10개 중 7개가 일본산인 셈이다.

국내에서 수요가 높은 브랜드 대부분은 일본 브랜드다. 대표적으로 야마하와 혼마, 브릿지스톤, 젝시오, 던롭, 스릭슨, 피알지알 등이 있다. 테일러브랜드, 타이틀리스트 등 미국 브랜드가 일본에서 제품을 생산해 국내에 들여오는 경우도 있다.

샤프트 시장에서도 일본 브랜드가 위력을 떨치고 있다. 샤프트의 핵심 소재인 탄소섬유의 우수한 경쟁력을 일본이 보유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탄소섬유 시장에서 도레이, 미쓰비시 레
국내 골프용품 업체인 볼빅의 제품.(사진=볼빅 홈페이지 캡처)
이온, 토호 테넥스 등 일본 기업들의 점유율은 66%에 달한다. 무역위원회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8년 탄소섬유 및 탄소섬유 가공 소재 산업 경쟁력 조사’에 따르면, 탄소섬유 기술 경쟁력은 일본 99점, 미국과 독일 89점, 우리나라는 73점으로 평가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샤프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이유다.

일본 골프용품의 경쟁력이 우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산 골프용품의 기술력도 급성장했다. 일부 제품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두미나의 오토파워 샤프트가 대표적이다. 오토파워 샤프트는 국내 골퍼들의 재기를 도운 제품으로 유명하다.

일례로 2009년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후 2016년까지 우승을 하지 못한 지은희 선수는 오토파워 샤프트로 교체한 후 2017년 스윙잉스커츠타이완챔피언십, 2018년 기아클래식에 이어 2019년 시즌 첫 대회까지 세 시즌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신지은 선수도 오토파워 샤프트로 바꾼 뒤 오랜만에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오토파워 샤프트는 연구부터 디자인, 생산까지 모두 국내에서 진행하는 100% 국산 골프용품이다. 오랜 연구 끝에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외국산보다 더 멀리 나가는 비거리와 방향성을 완성했다.

컬러볼 명가로 불리는 볼빅도 국내업체다. LPGA 투어 최운정, 이미향, 포나농 팻럼(태국), 린디 덩컨, 베카 후퍼(이상 미국) 등이 볼빅 골프공으로 우승을 경험했다. KPGA 코리안투어 한창원과 김홍택, 이근호, 고인성, 김민수 등도 볼빌볼로 우승을 맛봤다. 볼빅은 지난해 2000만달러를 수출하며 세계적인 골프공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립과 샤프트에 태극 문양을 넣어 유명한 국내 골프클럽 업체 랭스필드는 일본산 클럽을 가져오면 자사 제품을 보상 할인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P 부장은 “10대 청소년들도 학용품에서 국산 용품을 애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고가의 골프채 불매운동은 효과가 더 클 것”이라며 “국내에도 우수한 제품이 있으니 국산 골프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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