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오는 12일부터 금융회사가 대출자에게 ‘금리 인하 요구권’을 의무적으로 고지하도록 하는 관계 법령이 시행되면서 시중은행들의 준비가 특히 분주해지고 있다. 1금융권 뿐 아니라 저축은행·보험·카드 업계 등 2금융권에도 일제히 적용되지만 실질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신용도가 높은 우량 고객들이 시중은행에 가장 많기 때문이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금리 인하 요구권 고지 의무제 전격 시행을 앞두고 은행연합회를 통해 효율적인 안내 방법 등을 마련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금융권에 도입돼 있는 (금리 인하 요구권) 제도가 법에 명시 되고 안 되고의 차이일 뿐이기 때문에 (12일 법 시행 이후) 갑자기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고지가 제대로 안 될 경우 은행과 해당 임직원이 최고 1000만원에 달하는 큰 과태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금리 인하 요구권)을 고객이 보다 쉽게 인지하고 창구 직원들도 보다 쉽고 효율적으로 안내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귀뜸했다.
은행들은 기본적으로 고객 여신상담 및 대출약정 시 해당 상품 설명서에 금리 인하 요구권 관련 내용을 명시하고 담당 직원을 통해 안내하게 된다. 또 금융 당국이 지난 4월부터 시행한 ‘대출금리 체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규준’에 따른 대출금리 산정내역서도 제공한다. 이러한 내용과 과정을 대출자가 직접 확인하고 자필 서명을 하는 방식으로 약정서 등 관련 서류를 새 양식으로 마련해 12일부터 개별 은행 전 영업점에서 시행할 예정이다.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시스템도 각 은행별로 이미 구축을 마친 모양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부터 고객이 금리 인하 요청을 할 경우 접수부터 결과까지 모든 처리내역을 기록하고 보관하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시행하고 있다. 고객 상담 시 직원이 임의로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처리 결과를 영업일 기준 5일 이내에 고객에게 유선 또는 문자메시지(SMS) 등으로 통지하고 전산 등록하도록 하는 세부 업무지침을 도입했다. 또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차주가 본인의 소득 또는 신용등급 변동 등 내용을 제출할 때 누락 또는 오기입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담 직원이 일차적으로 확인하고 본부에서 다시 한 번 검토하는 ‘더블 체크’ 시스템도 마련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문서상으로만 관리·보관하면 차후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찾아보고 증빙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고객과 소통하고 조치했었는지 등을 전산시스템화를 통해 꼼꼼히 관리하자는 것”이라며 “고객들의 타당한 요청은 적극 수용하고 직원들의 (미고지에 따른 과태료 처분 등) 부담과 피해는 줄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이와 유사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사적으로 직원 교육을 수 차례 진행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금리 인하 요구권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이유는 고지 의무가 없었던 지난 수 년 동안에도 요구 건수가 연간 20만건에 육박한 만큼 고지 의무화로 대출자들의 인지 성향이 높아진다면 건수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 요구권 고지 의무가 전격 시행되면 요구 건과 수용 건이 모두 증가할 것은 당연한 이야기”라며 “업계 특성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적게는 30% 정도, 많게는 50% 이상 단기간 내 급증할 것이라는 게 주변 사람들의 중론”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