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전기차 수요에 따라 중고 전기차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쉐보레 볼트 EV, 기아 니로 EV, 현대 코나 일렉트릭 등 주행가능거리가 400km 내외로 내연기관차 못지 않은 2세대 전기차들이 품귀현상을 빚으면서다. 반면 중고 전기차 시장은 기대만큼 활발하지 않다. 카가이 취재팀은 중고 전기차 시세와 구입시 고려할 장단점을 분석해봤다.
먼저 저렴하지 않은 중고 전기차 가격이다. 2019년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이 축소되면서 중고 전기차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1년 이상 수만 km를 운행한 차량의 가격이 당시 보조금이 포함된 출고가와 비슷하거나 되려 높아지는 기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항간에 떠도는 '배터리 용량 저하 문제'는 어떨까. 소비자들이 중고 전기차를 구매할 때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전기차 배터리는 흔히 사용하는 스마트폰 배터리와 구조에서 큰 차이가 없다. 스마트폰 배터리를 오래 사용하면 수명이 서서히 저하되 듯 전기차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감가요인으로 가장 크게 작용한다. 제조사들은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훨씬 긴 10년 이상 보증기간이나 최초 구매자에 한해 평생 보증을 제공하면서 소비자를 안심시키지만 걱정은 끊이지 않는다.
테슬라 배터리 개발에 참가한 장은석 박사(화학)는 “배터리 기술의 개발과 품질 상승으로 오랜 기간 운행 하더라도 배터리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최근 업계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10만km 이상 주행해도 80% 이상 배터리 효율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배터리 잔량을 일정량 이상 유지한 상태에서 충전을 반복한 차량과 높은 전압의 급속 충전기 대신 완속 충전기를 주로 사용한 차량이 배터리 효율이 상대적으로 좋았다. 누적 주행거리와 배터리 관리 상태에 따라 소폭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중고 전기차 배터리는 신차 출고 당시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재 의무운행기간으로부터 자유로운 전기차는 2017년 이전 등록된 르노삼성 SM3 Z.E, 기아 쏘울 EV, 레이 EV,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 BMW i3 등 1세대 전기차로 분류되는 차량들이다. 이들은 중고시세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완충 시 주행가능거리가 100km 초 중반에 불과하다. 현재 신차로 판매되는 주행거리 300km 이상 2세대 전기차에 비해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전기차는 초기 신차로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혜택이 집중돼 있다. 중고로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는 신차 구매 때 만큼의 이득은 없는 셈이다. 단, 1세대 중고 전기차의 경우 동일 연식의 가솔린 또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모델과 비교했을 때 해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또한 중고 전기차는 연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 경제성,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평소 막히는 도심을 출퇴근하거나 어린 자녀의 등·하교 처럼 운행거리가 짧은 경우 1세대 전기차로도 충분하다. 특히 생활환경 주변에 전기차 충전소가 가깝게 있다면 중고 전기차도 눈 여겨 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