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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정부 이후 사라진 산업정책…소재·부품서 찾아라

김상윤 기자I 2018.12.04 06:55:00

[산업정책 새판짜기]①
韓정부 소극적 지원정책 펼칠때
독일·일본 등 제조업 적극 장려
중국 무선통신 등 턱밑 추격해
기초 부문 역량 키워 격차 벌려야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김형욱 기자] DJ정부 시절 벤처산업 육성은 강력한 산업정책으로 꼽힌다. DJ정부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만들어 다양한 예산·세제 지원 시스템으로 벤처기업 성장을 뒷받침 했다. 당시 정부 지원책은 마치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책과 흡사한 모습을 띌 정도였다. 네이버·인터파크·다음(카카오)·안랩 등이 단기간 고속성장을 통해 수많은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 되고, 재벌대기업의 산업생태계를 벤처생태계로 일부 탈바꿈시켰다.

하지만 그 이후 산업정책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한국 제조업을 이끌었던 조선업에 위기가 덮친 데 이어 자동차 산업마저 구조조정의 압력이 산업현장을 누르고 있지만 산업정책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정부 산업정책을 주제로 한 연구보고서는 손에 꼽을 정도다.

산업정책의 대가로 불리는 안현호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총장(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2일 “DJ정부 시절 이후 한국에서는 산업정책이 사실상 없었다고 봐야 한다”면서 “소극적인 정부 정책에서 벗어나 정부가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펼 때”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산업정책이 사라진 건 외환위기 이후 자리잡은 ‘신자유주의’ 망령 탓으로 꼽고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하에서 정부의 손발은 묶였다. 빈 공간은 이른바 ‘신자유주의’ 처방이 자리를 잡았다. 그간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정부 개입은 최소화하되 시장 중심으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도그마’가 우리 경제에 깊숙이 자리를 잡은 셈이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시장 중심의 경제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정부의 역할은 산업계의 애로사항을 풀어주는 데 국한해야한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면서 “수요가 없으니 산업정책 관련 보고서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사이 선진국은 오히려 적극적인 제조업 육성 정책을 펴면서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미국은 ‘첨단제조파트너십’, 일본은 ‘일본재흥전략’ 등을 통해 제조업 혁신에 나섰다. 중국 역시 ‘중국제조 2025’ 등으로 전통 제조업을 재무장하고 굴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 역시 사라진 제조업 정책의 새판짜기에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 모델은 이미 추진력이 떨어졌다. 선도 주자(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서는 부품·소재·장비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보조적으로 서비스업 육성을 위해서는 규제개혁 과정에서 정부가 갈등조정자 역할을 하는 동시에 사회안전망 구축까지 고려한 산업정책을 짜야한다는 지적이다.

안 총장은 “패스트 팔로 모델로는 이제 중국과 싸움에서 이겨날 수 없다”면서 “원천 비교우위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소재·장비 분야에 집중적으로 연구개발(R&D)를 지원하고 규제를 개혁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갈등조정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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