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세미나서 “금융위 해체” 발표 전격 취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2일 한국경제학회와 공동으로 서울 중구 다동 예금보험공사 대강당에서 ‘경제 패러다임 전환과 한국 경제의 미래’를 주제로 한 정책 세미나를 열었다. 금융·재벌·조세 정책 분야의 구조 개혁 추진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
그러나 전 교수의 발표는 취소됐다. 행사를 주최한 KDI가 발표 내용 수정을 요청하자 전 교수가 아예 토론회 참석을 거부해서다.
전 교수가 이날 발표하려던 내용은 지금의 금융 감독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KDI가 전날 나눠준 발표 요약문을 보면 전 교수는 “금융 감독의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금융 감독 체계의 개편”이라고 지적하며 “그 핵심은 금융위원회의 완전한 해체”라고 주장하려 했다.
진보 개혁 성향의 전 교수는 오래전부터 논문 등을 통해 금융 감독의 독립성 강화를 주장해 왔다. 지금처럼 금융위가 금융 산업 정책과 감독 정책을 모두 담당하며 금융감독원을 지시·감독하는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위가 경제 활성화나 내수 부양을 위해 규제 완화 등 ‘액셀’(가속장치) 역할에 충실하면 위험 감독 및 금융 소비자 보호라는 ‘브레이크’(제동장치)가 제 역할을 못 할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다.
이른바 ‘모피아’(재무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를 관치 금융과 금융 후진성의 핵심 원인으로 꼽으며 관료 집단이 쥔 금융 정책·감독 권한을 없애자는 것도 그의 소신이다. 실제 전 교수는 발표 요약문에서 “금융위를 해체해 금융 산업 정책과 금융 감독을 분리하고 기업 구조조정의 시장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면서 “금융위 해체를 통해 올바른 거시 건전성 감독기구를 출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지난 2004년과 2013년에도 비슷한 주장을 담은 경제학자 공동 성명서 발표에 동참했다. 이번 발표도 새삼스러운 주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KDI “특정 인사 거론 과도해”
하지만 KDI가 문제 삼은 것은 전 교수가 금융 감독 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으로 특정 인사를 거론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실제 전 교수의 발표문에는 “금융위원장이 사임하고 금융위 부위원장(증권선물위원장 겸임)은 민간 개혁 인사로 교체해야 한다”며 “금융위 관료도 대기 발령한 뒤 금융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켜 금융 감독 체계 개편을 위한 법률 개정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KDI 관계자는 “세미나 전날 밤에 특정 직위의 인사를 경질·사임시켜야 한다는 표현이 세미나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전 교수에 수정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KDI는 이날 전 교수 발표를 전격 취소하고 발표 후 예정했던 강동수 KDI 연구본부장과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와의 토론도 열지 않았다.
이 같은 KDI의 대응이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교수가 주장하는 금융 감독 체계 개편은 현 정부의 국정 과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보면 “2017년에 금융위 조직을 기능별로 개편하고 향후 정부 조직 개편과 연계해 정책과 감독 분리를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금융위의 금융 산업 정책 업무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과 통합하고, 금융 감독 업무는 민간 공적 감독기구에 통합하자는 이야기다.
이번 해프닝으로 정권 중반에 접어들며 사그라들었던 금융 감독 체계 개편 논의가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전 교수와 같은 입장에 서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각종 금융 정책·감독 현안을 두고 시각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