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집값의 60%를 넘는 위험 대출이 150조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새 약 2.2배 급증한 것이다.
7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중 담보인정비율(LTV)이 60%를 넘는 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139조원이었다. 은행 대출 계정의 약 10%를 차지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 양도분을 포함하면 LTV 60% 초과 대출은 153조원으로 추정된다. 전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470조원의 약 3분의 1 규모다.
이 같은 고(高) LTV 대출 규모는 2010년 말 43조원에서 2012년 말 60조원, 2013년 말 67조원 등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16년 말 160조원으로 급증했다. 5년 전인 2012년 말과 비교하면 고 LTV 대출 규모가 2.55배가 된 것이다.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고 LTV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8~2013년 10% 대에서 2014년 25.3%, 2015년 34.7%, 2016년 35.9%, 2017년 32.5% 등으로 올라갔다.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LTV 역시 2010년 말 43.6%에서 2013년 말 46.5%, 2015년 말 53.5%, 2017년 말 53.4%로 상승했다. 지난 정부의 LTV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 규제 완화 여파로 이제 어지간한 대출자는 집값의 절반 넘게 대출을 끌어쓰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는 LTV가 60%를 넘으면 고 LTV로 분류하고 2020년부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계산할 때 LTV 60% 초과 대출의 위험 가중치를 최대 2배로 높일 방침이다. 집값 대비 대출액이 많아 부실 위험이 큰 만큼 자본을 더 쌓으라는 취지다.
고 LTV 대출 153조원 중 LTV가 70%를 넘는 대출도 16조원에 달했다. 다만 연체율은 전체 주택담보대출이 0.7%, LTV 70% 초과 대출이 2.06%로 높지 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향후 금리 인상, 부동산 가격 하락 등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작년 은행이 새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중 DTI를 적용한 대출은 28조원(주택금융공사 양도분 제외)으로 조사됐다. 이중 DTI가 50%를 넘는 대출은 4~5조원이었다. 대출자가 연 소득의 절반 이상을 빚 갚는 데 쓴다는 의미다.
제윤경 의원은 “LTV는 경기 부양이 아닌 금융 규제 수단으로 금융 당국이 LTV뿐 아니라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가계 부채가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