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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GM은 한국GM 정상화를 위해 총 71억5000만달러(약 7조7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기존 GM 본사의 한국GM에 대한 차입금 27억달러에 대한 출자전환분을 제외하면 신규로 투입되는 자금은 44억5000만달러(약 4조8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은 지분율(17%) 만큼 신규자금을 늘리면서 7억5000만달러(8100억원)를 투입한다. GM은 한국GM의 생산시설을 10년 이상 유지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GM의 한국 시장 철수를 막을 비토권(거부권)을 갖기로 했다.
암만 사장이 전격 방한한 것은 26일(현지시간) 미국 GM 본사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콜에 앞서 한국 정부와의 협상을 마무리짓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날 국회와 산업은행을 오가며 지원을 요청했다.
암만 사장의 성격은 급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국GM대책특별위원회와의 면담에서 ‘조속한 해결’, ‘얼마 남지 않는 시간’ 등의 표현을 써가며 시급함을 거듭 강조했다.
주요 참석자 가운데 유일하게 ‘노 타이’ 차림으로 등장한 덥수룩한 수염의 거구는 “현재 기준으로 대부분의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는 걸로 보인다”며 “앞으로 몇 시간에 걸쳐서 또 며칠에 걸쳐서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조속히 해결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탁월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며, 조속하게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모든 논의에서 결론에 이르러야 할 것”이라고 재촉했다.
암만은 지난 3개월 동안 한국GM 노조와 한국 정부를 끊임없이 압박하며 급한 성격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 입장을 밝히면서 “군산 외 나머지 영업장의 미래는 한국 정부, 노조와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수주 내 결정할 것”이라며 “시간이 부족하고, 모두가 급박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GM이 GM 본사에 진 채무 중 일부 만기가 돌아오던 시점인 3월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노조와 정부를 압박했다.
급한 성격 만큼 추진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질랜드 태생인 암만은 원래 월가 금융인이었다. 그는 2009년 모건스탠리의 산업 투자은행(IB) 부문을 이끌면서 GM의 구조조정 작업을 맡았다.
당시 GM의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크리스토퍼 리델과 GM의 전 이사회 멤버인 스티브 거스키는 암만의 추진력을 눈여겨 보고 입사를 제안했다. 암만은 이듬해 4월 GM의 재무 담당 부사장으로 부임해 구조조정을 통해 거듭난 ‘뉴 GM’의 기업공개(IPO)를 성사시켰다. 그 후 5년 만에 현재 직책인 GM 총괄사장에 올랐다. 37세 월가 출신 인물의 초고속 승진은 당시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상당한 화제가 됐다.
현재 나이 45세인 암만은 자동차 업계 경험이 짧은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다만 암만은 월가에서 일할 때도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모건스탠리에서 받은 첫 보너스로 1961년형 캐딜락 시리즈62 컨버터블을 구입했다. 독일 뉘르브르크링 장거리 서킷에서 테스트 드라이버 자격증도 땄다.
특히 구조조정은 월가 IB 출신인 그의 전문 분야다. 2013 쉐보레 유럽 사업 철수와 호주 홀덴 공장 폐쇄, 2015년 인도네시아, 태국, 러시아 시장 철수, 2017년 오펠 브랜드 매각 등은 모두 그의 작품이다.
암만의 경영 철학은 ‘알맞은 장소에 알맞은 사람을 두는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그가 한국GM의 구조조정을 어떤 식으로 전개할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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