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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참석한 김 부총리의 발언 영상을 다시 봤다. 김 부총리는 “가상통화와 관련해 여러차례 입장을 밝혔다. ‘불법 막겠다, 아주 과열된 투기는 진정하는 방향(으로 보겠다), 다만 블록체인 등 4차 산업 인프라 기반기술은 지원하겠다’는 큰 틀에서 조만간 정리할 수 있을 걸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공개 발언만 놓고 보면 김 부총리가 조만간 정부 입장이 정리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분명하다.
사실 이번 만이 아니다. 그동안 김 부총리는 가상화폐 관련해 ‘조만간’이라는 표현을 줄곧 사용해왔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26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비이성적인 투기 과열이 있다”며 “조만간에 적절한 바람직한 모습으로 정부의 일관된 종합적인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10여일 뒤인 지난 9일 ‘조만간 정리’ 입장을 재차 밝힌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가상화폐 관련해 조만간 뭔가 나오지 않는다’는 취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지난 6일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가상통화와 관련해 별도로 (실태조사 및 대책 발표를 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언제까지 실태조사하고 문제별 대책을 낼 것이냐”는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 총리는 “시장 상황을 주시한다”고 밝혔다. 부총리 발언과는 결이 다른 얘기였다.
급기야 여당에도 가상화폐 관련한 ‘엇박자 메시지’를 지적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김 부총리와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대정부질문 발언에 대해 본회의장에서 “일반 국민들이 보실 때는 가상통화를 두고 여전히 정부가 혼선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김 부총리와 최 위원장이 가상화폐 제도화 여부를 놓고 결이 다른 얘기를 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금지 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시세가 급락했고 일부 20~30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월11일은 이 같은 폐쇄 논란이 일어난 지 꼭 한달째 되는 날이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은 “가상화폐는 전세계적 사안”이라며 “조만간 뭔가 나오는 것처럼 섣불리 언급할 게 아니라 G20(주요 20개국)과 공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G20 재무장관 회의는 3·4·7·10월, G20 정상회의는 11월에 열린다. 시장이 민감한 만큼 공직자의 발언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 컨트롤타워인 부총리는 더욱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