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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희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획일적인 대형유통업체의 입지, 영업규제가 아닌 대형유통업체의 집객 효과를 역이용하자는 얘기다. 다만 이른바 ‘동네슈퍼’의 핵심품목인 담배, 쓰레기 봉투 등에 대해선 최소한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SM 출점 이후 인근시장 고객 17% 늘어
16일 유통관련 학회와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통 정책방향이 ‘전통시장에 얼마나 많은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유통산업발전법 입법영향분석모형’ 정책연구용역보고서를 보면 전통시장에서도 규제를 통한 대형유통업체의 매출액 감소보다 상생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고객이 전통시장을 찾아갈 수 있는 동기를 제고할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가 발표한 ‘신용카드 빅데이터를 활용한 출점규제 및 의무휴업 규제효과 분석 결과’에 따르면 SSM이 전통시장 인근에 들어선 후 해당 상권의 신규고객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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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상생스토어에 활기 되찾은 전통시장
실제로 이마트 상생스토어가 들어선 시장 3곳은 집객효과로 활기를 되찾았다. 지난해 8월31일 이마트가 충남 당진어시장 건물 2층에 상생스토어(413m²·125평)외 노브랜드 카페와 희망장난감 도서관을 설치한 후 평일 기준 평균 주차대수가 오픈 전 150대에서 현재 210대 이상으로 40% 가량 증가했다. 정제의 당진시장 상인회장은 “상생스토어 오픈 이후 최고 50% 이상의 고객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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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유통업체는 ‘전통시장 핵심상품 판매물품서 제외’, 노브랜드 카페·희망장난감 도서관 등 ‘편의시설’을 제공해 유통망을 넓혔고 전통시장은 핵심품목을 그대로 팔면서도 SSM 입점에 따른 집객효과를 누렸다.
◇“담배 사고 식료품도”…담배판매권 규제 목소리↑
다만 이마트의 상생스토어와 같이 자발적으로 특정 상품을 판매물품서 제외한 SSM은 드물다.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편의점만 해도 담배판매가 전체 매출액의 30%를 좌우할 정도다. 동네슈퍼는 더하다. 서울 마포구 창천동에서 작은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는 이 모(60·여)씨는 “동네슈퍼는 주로 담배를 사러 왔다가 다른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변에 편의점이나 SSM 등이 생기면서 담배까지 팔게 되면 매출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담배사업법 시행규칙을 보면 소매인 영업소간 거리가 50미터인데다 한 시설물 내의 장소에선 건축물 구조, 상주·이용인원 등을 고려해 영업거리를 제한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담배판매권이 없는 소매점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신규 출점하는 업체가 담배판매권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이상 매출을 나눠 먹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 사이에선 담배판매 허가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 실장은 “담배판매권만 규제해도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입지나 영업제한 효과가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