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군 내부의 신뢰와 기강확립 필요하다

논설 위원I 2017.08.09 06:00:00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과 관련해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이 어제 군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어깨에 대장 계급장을 단 최고 지휘관으로서 졸지에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했다는 자체가 사태의 심각성을 일깨워 준다. 그의 부인도 하루 앞서 조사를 받았다. “국민 여러분께 물의를 일으켜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듯이 그 역시 참담한 심경이리라 여겨진다.

이번 사태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곪아터진 것이다.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군 내부의 집단적인 문제라는 얘기다. 박 대장의 공관에서 벌어진 것으로 거론되는 여러 횡포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대체로 거의 모든 공관에서 일어났을 것이라 여겨진다. 피해 당사자인 공관병들이 사후 보복이 두려워 차마 하소연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공관병 ‘갑질’ 의혹으로 군검찰에 소환된 박찬주 육군대장(제2작전사령관)이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금껏 누차 문제가 지적됐던 병영문화의 폐해도 이러한 관행과 따로 떼어 생각하기 어렵다. 내무반에서 신참자에 대한 상급자의 얼차려 괴롭힘이 이어지는 데다 동료 병사들 사이에서도 따돌리기 움직임이 끊이지 않는다. 견디다 못해 피해자가 마지막 선택을 해야 했던 경우도 적지 않다. 군이 계급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인데다 폐쇄된 병영 울타리 안에서 이뤄지는 일들이기에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문제가 드러난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군 내부의 분위기를 쇄신할 필요가 있다. 소속 지휘관의 개인 치다꺼리에 매달리는 공관병 제도를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귀한 자식을 지휘관의 머슴살이나 하라고 군대에 보낸 게 아니다”는 부모들의 원성을 새겨들어야만 한다. 군사정권의 잔재인 호화판 공관 제도에 대해서도 개선할 여지가 없는지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이번 사태로 인해 행여 군 조직의 기강이 풀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현역 대장이 군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다는 것이 예사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침 새 정부 들어 군 수뇌부에 대한 대폭적인 개편이 이뤄진 만큼 새로운 기강확립 태세가 요구된다. 그동안의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는다는 차원에서도 절실한 일이다. 지금처럼 안보·국방문제가 위중한 상황일수록 군 내부의 상호 신뢰와 기강확립 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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