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경기도 광명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1)씨는 최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소식을 듣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5%나 오르게 되면 김씨는 최저임금 수준도 벌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서다. 정부지원대책을 기대했지만 막상 발표된 정책을 보니 현실적으로 당장 도움이 되는 부분도 없다. 김씨는 “정부가 먼저 대책을 세워놓고 최저임금을 올리든지 이렇게 막무가내로 선(先)인상, 후(後)대책으로 나가버리면 우리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살라는 얘기냐”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최근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싸늘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임금보전을 3조원으로 책정했지만 금액 자체가 현실에 뒤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적어도 15조원 수준은 돼야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현장 목소리다. 더불어 임대차 보증금 상한하향, 카드 수수료율 인하 등 대부분 대책도 재탕 정책이라는 불만도 크다.
정원석 소상공인연합회 정책사업본부장은 “임금보전 대책의 경우 정부가 3조원을 제시했지만 현재 340만명 수준인 소상공인 규모를 감안하면 15조원 이상은 필요하다”며 “결국 세금으로 임금보전을 해주겠다는 얘기인데 현재까지 정부는 세수 확보 대책도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여러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소상공인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임금보전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업장 운영조차 힘든 상황에서 장기적 대책보다 당장 ‘실탄’이 필요하다는 것이 소상공인들의 하소연이다.
서울 중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김모(48)씨는 “내년에 바로 최저임금이 시행되면 우리는 바로 현금이 나가야 하는데 이번에 발표된 대다수 대책은 실효성이 없다”며 “소상공인 적합업종, 창업지원, 임대차보호법 등 오랜 시간이 걸려야 효과가 나오는 대책들만 많아 마음만 조급해졌다”고 불만을 토해냈다.
더욱이 임금보전 대상이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에만 해당되는 것도 소상공인들과 괴리가 크다. 서울 명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박모(43)씨는 “대부분 자영업을 하는 소상공인들은 아르바이트생과 같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채용할 때 고용보험 등을 들지 않기 때문에 이번 정부 대책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며 “아직까지 고용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사업장이 더 많을텐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근로자는 약 313만명이다. 이 중 고용보험 등 4대보험에 가입된 근로자는 42.3%에 불과했다. 통계치대로라면 나머지 60%에 해당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정부의 임금보전을 받지 못한다.
정부가 대책 수립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이번 정부 대책과 관련해 정부와 단 한 차례도 소통하는 기회를 갖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 수수료율 인하, 임대차 보증금 관련 대책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이전에 내세운 공약들이어서 새로운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원석 본부장은 “최저임금 인상 관련 대책을 소상공인들과 논의한 적이 없고 일방적으로 통보만 했다”며 “대책 전반에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반영한 부분이 부재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확정된 최저임금 인상안과 관련해 지난 16일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3조원 규모의 임금보전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 △안정적 임차환경 조성 △소상공인 사업영역 확보 △소상공인 영업애로 해소 등이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