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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익 현대증권 애널리스트가 ‘청바지는 리바이스 SSL은 밥캣’이라는 문구를 리포트에 쓰기도 했는데요. SSL(스키드 스티어 로더, Skid-Steder Loader)은 모래나 돌덩어리·곡물 같은 물건을 옮기는 장비입니다. 이 장비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 파는 회사가 밥캣입니다. 작년 북미시장과 유럽시장에서 밥캣의 SSL 판매점유율은 각각 41.3%, 48.3%로 2위권 업체를 세 배 이상 따돌리는 압도적 1위입니다. 이번에 상장하는 두산밥캣은 이처럼 북미와 유럽지역에 있는 실제 장비를 생산하는 자회사들을 거느린 지주회사입니다.
◇밥캣사고 하우스푸어됐던 두산인프라
두산밥캣은 원래 미국업체인데 두산그룹이 2007년 인수했습니다. 두산그룹은 당시 인수대금 49억 달러(당시 환율 4조4500억 원) 중 80%인 39억 달러(3조6000억 원)를 국내외 금융회사에 빚 져서 샀습니다.
개인들이 집을 사기위해 금융기관에 대출을 의뢰하면 LTV(Loan To Value ratio)를 따집니다. 집값(담보가치)에 비해 대출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느냐는 것인데 현재 집값의 70%까지 대출받을 수 있습니다. 1억 원짜리 집을 살 때 최대 7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는 것인데요. 그러나 이렇게까지 무리하게 집을 산 이후 집값(담보가치)이 떨어지면 하우스푸어 신세가 되는 것입니다.
두산의 밥캣인수는 LTV로 따지면 80%까지 풀 베팅을 한 셈인데요. 인수 직후 하우스푸어 신세가 됐습니다. 큰 빚을 져서 인수한 이듬해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건설경기도 어려워졌고, 당연히 건설 장비를 생산하는 밥캣도 기대만큼 실적을 내지 못한 것이죠. 밥캣이 돈을 잘 벌면 충분히 인수때 끌어다 쓴 빚을 갚을 수 있으리란 예측이 빗나갔고 이자 부담은 계속 남고, 다른 계열사들도 전방산업 악화로 덩달아 어려워졌습니다.
두산밥캣의 모회사 두산인프라코어를 비롯한 두산그룹 계열사들은 지난 수년간 혹독한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그 사이 밥캣도 다시 전열을 추스르고 매출·이익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비로소 상장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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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일단 두산밥캣의 상장공모가격이 관심인데요. 회사와 주관사가 제시한 희망가격은 주당 4만1000원에서 5만원입니다. 지난 7일 수요예측을 마쳐서 최종 공모가격은 곧 결정되겠지만, 공모가격을 바라보는 일반적으로 다릅니다.
두산밥캣의 상장공모 방식은 신주모집(새로운 주식을 발행해 파는 것)이 아니라 구주매출(기존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파는 것)입니다. 두산밥캣에는 1년 전 전환우선주에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 7곳이 있는데요. 이들은 이번 상장공모에서 자신들의 보유 주식을 한 주도 남겨놓지 않고 전량 구주매출로 내놓습니다. 이들의 투자수익률을 결정하는게 바로 공모가격이어서 무조건 공모가격이 높아야 좋은 것이죠.
그러나 이들로부터 공모주를 사야할 새로운 투자자 입장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기존 재무적투자자들은 이번 상장공모를 계기로 보유주식을 모두 팔고 손 털고 떠나는 입장이어서 상장후 주가가 얼마가 되던지 관심 없지만, 그들로부터 주식을 사서 새 주주가 되는 사람은 공모가격은 낮고 상장후 주가가 높아야 좋은 것이죠.
이러한 구주매출 방식의 상장공모는 어떻게 보면 집을 사고파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집을 내놓은 전 주인은 최대한 비싸게 팔고 싶은 반면 집을 사야할 새 주인은 최대한 싸게 산 이후 집값이 오르길 원하는 것.
두산밥캣처럼 100% 구주매출 방식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 얘기는 상장하는 회사인 두산밥캣에 유입되는 자금은 전혀 없고, 기존 주주들에게 공모자금이 전부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또한 두산밥캣의 이번 공모물량은 전체 발행주식의 절반입니다. 정확히는 49%인데요.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물량도 39%입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선 적지 않은 물량일 수도 있기에 상장후 주가가 공모가격 대비 어느 수준을 유지할 지를 판단하는게 공모투자자 입장에선 중요합니다.
◇두산인프라코어 1조 유입 빚상환에 대부분 쓸 듯
두산밥캣 상장으로 두산인프라코어는 약 1조원내외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도 자신들이 보유한 두산밥캣 주식 일부를 구주매출로 팔기 때문입니다.
앞서 두산인프라코어가 밥캣 인수후 하우스푸어가 됐었다고 말씀드렸는데, 이제야 비로소 하우스푸어의 기간이 지나고 돈을 좀 만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돈을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기위해 쓰긴 어렵고요. 대부분 빚을 갚는데 사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순차입금(전체 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수치)은 연결기준으로 4조원이 넘고 별도기준으로도 2조3000억 원입니다. 또 내년 6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1조2000억 원이고, 2012년 발행한 5억 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 만기도 내년입니다.
빚을 갚는다는 건 당연히 빚을 지는 것보다는 좋습니다. 이자부담을 낮출 수 있고 이전보다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신용등급이 오르면서 새로운 투자자금을 조달할 때도 좀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됩니다.
또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번에 두산밥캣 지분 일부를 구주매출하고도 43.3%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로 남습니다. 이 지분은 공모가밴드하단 기준으로 1조8000억 원어치인데요 비상장주식이 상장주식으로 바뀌니 활용할 수 있는 옵션도 많아질 것입니다. 예컨대 돈이 부족하면 이 주식을 담보로 담보대출받기도 더 유리합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올 상반기 실적도 좋았습니다. 물론 상반기 실적이 좋아진 이유에는 인건비와 같은 고정비 절감효과가 컸지만, 실적흐름이 앞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이전보다 빚도 줄일 수 있다면 과거보다 좋은 흐름인 것은 분명합니다.
두산계열사 중에서 두산밥캣 상장으로 현금을 쥐게 되는 곳은 두산인프라코어와 함께 두산엔진입니다. 두산엔진은 이번 두산밥캣 구주매출로 약 2000억 원 내외의 현금을 확보하는데 역시 빚을 갚은데 사용할 것으로 보이고, 현재 3000억 원 빚에서 2000억 원어치를 갚으면 재무구조는 일단 이전보다 한결 좋아집니다.
다만 두산엔진은 주력사업이 선박용 엔진을 만드는 것입니다. 주된 매출처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어서 조선업 부진으로 수주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업적 방향은 더 관찰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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