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성기 최정희 기자]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카카오뱅크’와 ‘K뱅크’가 내년 하반기부터 공식 영업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기존 고객을 지키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인터넷은행에 버금가는 자체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하는가하면 다양한 핀테크 업체들과 손잡고 인터넷은행들의 주 타깃인 중금리 대출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점포 없는 은행’을 표방하는 인터넷은행 등장을 계기로 금융산업 전반에 지각변동에 맞먹는 일대 혁신이 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소매 금융 중심인만큼 인터넷은행의 시장 잠식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시중은행, 자체 모바일 플랫폼 구축 등 선제 대응 잰걸음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다음달 2일 선보이는 자체 모바일 플랫폼 ‘써니뱅크’를 통해 ‘내 손안의 은행’을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여러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핀테크 기술을 망라한 ‘써니뱅크’는 모바일 전문은행으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중금리 대출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모바일 지갑 기능도 탑재해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은 뒤 등록만 하면 전국 7만여 가맹점에서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자동입출금기(ATM) 현금인출뿐 아니라 외화 환전·신용대출 서비스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올해 초 캐나다에서 먼저 내놓은 ‘원큐뱅킹(1Q뱅킹)’의 국내 버전을 이르면 내년 1월 중 출시할 예정이다.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한 간편 송금 서비스, 빅데이터를 활용한 중금리 대출 기능뿐 아니라 하나멤버스와 연동한 다양한 부가 기능 탑재 등도 구상 중이다. 앞서 다양한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들과 업무 제휴를 맺은 KEB하나은행은 비접촉 지문 인식 기술을 활용한 본인 인증 및 보안 강화, 블록체인 핵심기술에 기반한 해외송금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의 핀테크 기술을 실제 금융서비스에 접목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도 B2B기반의 핀테크오픈플렛폼과 B2C기반의 스마트금융센터를 통합한 ‘NH디지털뱅크’를 연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또 농협캐피탈과 연계해 중신용자들을 대상으로 5~9%대 금리의 중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농협캐피탈이 보증을 서고 농협은행이 대출을 집행하는 방식을 통해 부실률 위험을 낮춘다는 구상이다. 부산은행이 내놓을 예정인 ‘B뱅크’ 역시 유통회사인 롯데와 손잡고 고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이다.
이번 심사에서 인터넷은행 진입에 실패한 IBK기업은행은 자체 모바일 플랫폼 ‘i-ONE뱅크’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기업은행은 ‘i-ONE뱅크’를 통해 직장인신용대출 및 영업점 방문·서류제출·담보제공 없이 대출이 가능한 소상공인 전용 대출 상품 등을 출시했다.
◇인터넷은행, 시장 파장은 과연 얼마나
지난 23년 간 신규 진입자가 없던 은행 시장에 인터넷은행이 새로 출현하는 만큼, 금융당국은 온라인 플랫폼과 빅데이터를 무기로 한 금리·수수료·서비스 경쟁 등을 통해 은행권에 ‘빅뱅’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중금리 신용대출과 원스톱 금융서비스가 활성화 되길 기대한다”며 “은행 산업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판관비가 들어가지 않으니 예금, 대출 금리 측면에서 이점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비즈니스 모델상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존 은행에 큰 영향을 줄 것같진 않다”고 분석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KT·카카오가 기존 은행과는 차별화 한 고객 정보를 활용한다면 핀테크와 시너지를 가져가는 측면이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중금리 시장에서 간극을 채워주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