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당기순이익을 부풀린 금액은 총 3900억원에 달합니다. 건설사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손실을 공사손실충당금으로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하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아 이익을 부풀린 금액이 3900억원에 달한다는 얘깁니다.
분식회계는 주로 분양가를 시세보다 높게 평가해서 이익을 부풀리거나 할인 분양으로 손실이 날 것이 예상됨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는 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시행사는 공사부지를 사는 데 쓸 돈을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빌리는데 대우건설은 시행사가 이 돈을 갚지 못하면 대신 갚아주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지급보증을 서준 것이죠. 만약 분양이 제대로 안 돼 시행사가 공사대금을 주지 못하면 대우건설은 손해가 나는 것이고 시행사가 은행 빚을 갚지 못하면 대우건설은 대신 갚아줘야 하니 손실은 더 커지게 되지요.
사업장별로 보면 건설시행사는 상가를 분양하면서 미리 공고한 분양금액보다 더 많은 분양수입이 들어올 것으로 과대평가해 이익을 부풀렸습니다. 가령 상가를 20억원에 분양한다고 공고해 놓고 수익으로 들어올 돈은 30억원이라고 적은 겁니다. 실제로 시행사는 건설사에 공사대금을 줄 수 있을 만큼의 자금 사정도 안됐지만 분양수익을 과도하게 부풀렸고 대우건설도 충분히 시행사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평가해 예상되는 손실을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또 분양 실적이 전혀 없었던 변두리 상가의 분양수입을 마치 번화가 상가 시세대로 해 놓거나 할인 분양으로 예상보다 분양수입이 덜 들어올 것이 뻔했음에도 시행사의 채무상환 능력을 양호한 것처럼 평가했습니다. 오피스텔 분양수입을 계산할 때도 인근 시세보다 분양가를 과대평가하기도 했지요.
건설사는 발주처로부터 수주한 공사가 아니라 회사가 직접 진행하는 자체사업이면 공사가 진행되는 정도에 따라 미리 매출실적을 인식할 수 없고 공사가 다 끝나 팔린 뒤에야 매출을 인식할 수 있는데요. 이런 자체사업을 마치 발주처로부터 수주한 공사인 것처럼 가장해 매출 실적을 부풀리기도 했습니다.
다시 말해 대우건설은 건물을 지을 땅을 제공한 사람에게 분양수입이 들어오면 이중 얼마를 ‘확정제공금’으로 주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이후 실제 분양이 이뤄졌을 때 확정제공금보다 더 많은 분양수익이 나면 건설사 것이 되고 수익이 더 적게 들어오면 그에 따른 손실도 건설사가 부담하니 이는 건설사 자체 사업으로 볼 수 있지만 마치 땅 주인으로부터 수주한 도급공사인 것처럼 처리해 공사 이익을 미리 인식하기도 했습니다.
자, 이렇게 대우건설이 총 39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반영하지 않아 이익을 부풀린 시점은 2012년부터 2013년 말까지입니다. 그런데 과징금은 누가 냈을까요? 임원 중에선 2013년 7월부터 재직한 현직 대표이사뿐입니다. 전직 대표는 물론 분식회계가 이뤄진 기간에 일을 했던 재무담당 임원은 전혀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지요.
회사에 대한 과징금 20억원도 공정하지 못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분식회계는 경영진의 직무 유기나 고의로 이뤄지는 범죄이기 때문에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순리일 텐데 회사가 이들이 내야 할 과징금을 대신 내주고 있는 꼴이 됐습니다. 회삿돈 20억원은 회사의 주인인 주주의 재산 아니겠습니까? 대우건설 주식을 가진 사람들은 분식회계 소식에 주가가 내려 손해를 보고 과징금까지 주주의 재산으로 내게 되는 어이없는 꼴을 당하고 있는 겁니다.
골대가 아니라 관중석을 향해 슛을 날리는 꼴이란 이런 경우가 아닐까요? 건설사의 고무줄 회계 관행과 함께 금융당국의 분식회계 처벌 제도에 대한 정비가 시급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