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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인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는 생전에 두 명의 작가를 특히 좋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명은 추상표현주의 작가인 마크 로스코(1903∼1970)였고 다른 한 명은 풍경사진의 대가인 안셀 아담스(1902~1984)다.
잡스는 아담스가 1944년 촬영한 사진 ‘시에라 네바다의 겨울일출’을 자신의 방에 걸어놓을 정도로 그의 작품을 아꼈다. 눈 덮인 시에라산맥 위로 여명에 밝는 모습이 포착한 사진은 간결하면서도 영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이 작품을 보고 있자면 생전 잡스가 심혈을 기울였던 아이폰이 어디서부터 영향을 받았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자연의 황홀하고 거대한 풍경을 오직 흑백필름으로만 촬영한 아담스의 작품은 세계 사진애호가나 작가들에게 풍경 사진의 교과서처럼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는 10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여는 ‘딸에게 준 선물: 안셀 아담스 사진전’은 아담스가 직접 현상한 오리지널 빈티지 프린트 작품 72점을 비롯해 그의 조수로 활동했던 사진작가 알란 소스와 테드 올랜드, 아담스의 촬영방식을 전수하고 있는 밥 콜브레너의 작품 등 230여점을 볼 수 있는 자리다.
아담스가 유명해진 이유는 미국인이 자랑하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사진 덕이다. 잡스와 같이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아담스는 원래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청년이었다. 하지만 열여덟 살 때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자연환경보호단체인 시에라클럽의 산림감시원으로 일하면서 요세미티를 비롯한 서부의 광활한 자연풍경에 매료당한다. 이후 아담스는 당시 유행하던 그림 같은 사진촬영을 거부하고 대상을 정확하고 사실적으로 담아내는 스트레이트 사진으로 요세미티의 풍경을 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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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스의 사진은 석유시추 등 자연개발만이 시대의 담론이던 미국사회의 여론은 반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현재 미국 서부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그랜드 캐니언의 댐 개발계획이 무산되고 미국이 세계 최초로 야생보호법을 제정하게 된 데 아담스의 풍경사진이 큰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아담스는 대부분의 작품을 공공기관에 기증했다. 자신의 가족에게는 수백점의 오리지널 인화작품만을 남겼다. 전시의 제목이 ‘딸에게 준 선물’이 된 까닭이다.
전시를 둘러보면 요세미티와 그랜드 캐니언, 시에라산맥 등 미국의 거대한 풍경사진의 ‘원조’를 만나는 듯하다. 잡스가 왜 자신의 방에 아담스의 사진을 걸어놓고 복잡한 생각을 가라앉혔는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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