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 양대거물의 '잘못된 만남'

김대웅 기자I 2015.07.24 04:04:03

완다, 올 들어 백화점 13점 폐쇄..완커는 실적 반토막
부동산 경기 둔화에 소비 침체 겹쳐..''각생''도 힘겨워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중국 부동산업계의 양대 산맥인 완다(萬達)와 완커(萬科) 그룹이 깊은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두 회사는 두 달여 전 전격적으로 협력 체제를 구축하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존 사업에서조차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23일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완다와 완커는 지난 5월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고 대형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세운 바가 없다. 오히려 부동산 경기 둔화와 소비 침체에 가로막혀 각자도생 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이다.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
두달 전 두 부동산 거물의 만남은 중국 뿐 아니라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완커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주택 판매고 1000억 위안(약 17조5000억원)을 넘기며 2008년 세계 최대 주택개발 기업에 오른 ‘부동산 공룡’이다. 완다는 세계 최대 상업부동산 기업으로 거대한 영화관 네트워크와 고급 호텔망도 갖추고 있다.

당시 완다와 완커는 중국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두 기업 모두 혁신과 돌파구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전략적 협력’이라는 공통 분모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협력 규모만 수 조위안대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세계 부동산시장에 커다란 파장을 예고했다.

왕젠린(王建林) 완다 회장은 두 기업의 협력이 단순히 토지 공동 구매와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게 됐다는 점에서 글로벌 부동산업계의 새로운 발전모델이 될 것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업황 둔화에 힘이 빠져 이렇다 할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하고 양사 모두 침체의 수렁에 더욱 깊이 빠져드는 모습이다.

중국의 소비가 급격히 둔화되면서 완다그룹은 운영 중이던 백화점을 대거 정리하고 있다. 지난해 99개였던 완다백화점은 올 들어 13곳이 문을 닫으면서 현재 86곳만이 운영 중이다. 올 상반기 10개 백화점을 폐쇄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3개 점포를 추가로 닫았다.

문제는 매출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백화점 40여곳을 추가 폐쇄할 지경이라는 점이다. 완다 관계자는 “매출과 수익이 나는 백화점 45개 정도만 유지할 계획”이라며 “폐점한 백화점 자리에는 각종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가 이같은 백화점 영업 중단 소식을 알리면서 중국에서는 부동산 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왕스 완커그룹 회장
완다를 형님으로 모시며 든든한 동생이 되겠다던 완커 역시 협력을 도모할 여력이 없을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완커는 지난 1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에 비해 반토막났다. 지난 13년 동안 부동산 기업 매출 1위를 차지했던 완커가 지난해 2위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도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본격화된 탓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중국의 주택 매매는 7.8% 줄었고 올해 1분기에도 9.1%나 감소했다. 중국 부동산업체들의 수익률은 떨어지고 부채 비율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상하이에서 개최된 와이탄 금융서밋에서 왕스(王石) 완커 회장은 향후 10년 사업 계획에 있어 제조에서 기술로, 판매에서 서비스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 회장은 “부동산 사업에서 완다와 공통된 가치 아래 협력을 하려고 한다”며 “이미 새로운 자원을 결합하는 과정에 들어섰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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