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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라이어' 출격!…대륙 사로잡는 韓 공연들

이윤정 기자I 2015.07.20 06:17:10

'빨래' 日 이어 내년 5월 베이징 초연
달동네 사람들의 유쾌한 일상 담아
'라이어' 내달 中항저우극원 무대
두집 살림 비극적 상황 코믹하게 풀어
'총각네 야채가게'·'김종욱 찾기' 등도 성료
정서적 가까운 중국시장 "파트너십 구축해야"

웰메이드 한국 공연이 중국 뮤지컬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정서·문화적으로 가까운 국내 콘텐츠가 매력을 끈다는 분석이다. 내년 5월 중국서 라이선스 공연을 올리는 뮤지컬 ‘빨래’(위부터 시계방향), 오는 8월 진출하는 연극 ‘라이어’ 1탄. 지난 2월까지 상연한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공연 모습(사진=씨에이치수박·파파프로덕션·CJ E&M).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1. 하늘과 맞닿은 서울의 작은 달동네. 새로 이사 온 27살의 ‘나영’은 옥상에 빨래를 널러갔다가 이웃집 몽골청년 ‘솔롱고’를 만난다. 동네에는 다양한 인물이 모여 산다. 자신의 말만 하는 ‘주인할매’, 동대문시장서 장사하는 푼수끼의 ‘희정엄마’ 등. 개성 강한 이들이 왁자지껄 펼치는 이야기는 연신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반신불수 딸을 몰래 키우는 할머니, 불법체류하는 이웃의 사연을 듣다 보면 객석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뮤지컬 ‘빨래’).

2. 힘든 노동을 하며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택시기사 존 스미스에겐 비밀이 있다.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메리, 바바라와 두 집 살림을 하는 것. 심각한 상황이지만 스미스가 두 집을 오가며 던지는 대사와 움직임은 큰 웃음을 만든다. 위기에 빠진 친구를 위해 더 바쁘게 두 집을 오가는 스탠리 가드너의 감초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요소다(연극 ‘라이어’ 1탄).

잘 만든 한국 공연이 중국대륙을 사로잡고 있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창작뮤지컬 ‘빨래’와 17년 차 국민연극 ‘라이어’가 중국 진출을 확정했다. ‘빨래’는 서울 달동네를 배경으로 소시민의 일상과 사랑을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 3000회 공연, 관객 50만명 동원, 일본 9개 도시 투어를 마쳤고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 ‘라이어’는 영국 인기 극작가 겸 연출가인 레이쿠니의 대표작으로 1998년부터 대학로에서 오픈런으로 공연 중이다. 기막힌 거짓말을 통해 속고 속이는 인간사를 통쾌하게 풀어냈다. 지난해 기준 누적관객 수 400만명, 2만 8000회 공연으로 흥행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웰메이드 작품의 이유있는 中 진출

‘빨래’는 2012년 일본에 이어 2016년 5월 중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올린다. 베이징 중국국립극장에서 초연할 예정. 이에 앞서 그해 1월 14일부터 17일까지 상하이드라마예술센터에서, 21일부터 24일까지는 베이징샤오커음악극장에서 초청공연을 갖는다. 추민주 연출이 총 연출로 전 과정에 참여하고 중국배우들이 출연한다. 중국에 가기 전 올 하반기에는 일본 도쿄, 요코하마, 나가노현에서 투어를 할 예정이다.

‘라이어’는 중국 저장성 최고의 공연장인 항저우극원과 항저우시내 두 곳에서 상설공연을 준비 중이다. 상하이·방콕 등 아시아에 9개 전용관 개관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항저우극원에서의 공연이 확정돼 오는 8월 중순 ‘라이어 1탄’을 무대에 올린다. ‘라이어’는 제작사인 파파프로덕션이 국내 공연 라이선스를 취득한 후 이현규 연출이 한국적 코믹 정서를 가미해 수년간 반복 각색해 왔다. 이번 공연은 중국공연을 위해 새롭게 취득한 라이선스로 한국화한 공연콘텐츠 그대로를 수출한다. 이 연출이 총연출로 나서 중국배우들을 무대에 세운다.

한국 작품의 중국 진출에 청신호가 들어왔다. 올 초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넌버벌퍼포먼스 ‘난타’는 광저우 전용극장 건립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2월 뮤지컬 ‘영웅’의 중국 하얼빈 첫 공연 성료도 한국 창작뮤지컬의 중국 진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이외에도 지난 1월까지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가 중국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고 ‘김종욱 찾기’도 2013년 창작뮤지컬로는 처음으로 중국에 진출, 지난 2월까지 베이징 시취극장 등에서 총 160회 공연을 올렸다.

뮤지컬 ‘빨래’의 한 장면(사진=씨에이치수박).


△성장하는 중국시장…“파트너십 구축해야”

중국 공연시장은 일본에 비해 이제 막 발을 뗀 단계란 점에서 한국 제작자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CJ E&M 관계자는 “중국 관객은 밝고 재밌는 작품을 선호한다”며 “‘김종욱 찾기’의 경우 1인다역의 배우가 웃음코드를 만들어 성공했고, ‘빨래’ 역시 소시민의 삶에 섞인 유머요소가 중국관객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지난 5월 발표한 ‘2014 한류백서’에 따르면 최근 중국은 뮤지컬을 잠재력이 큰 수익사업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현재 중국뮤지컬 시장규모는 약 1조원대로 추산되는데 2020년이면 현재보다 3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교류재단은 예상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공연시장에 자금을 공격적으로 투입하고 있는 상태. 2011~2013년 공연문화사업 부문에 약 2조원을 투자했고 극장 75개를 지었다.

현수정 공연평론가는 “정서적·문화적으로 가까운 한국의 뮤지컬은 중국입장에서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창작뮤지컬의 진출은 물론 합작품 제작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단순히 콘텐츠를 파는 시장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중국과 파트너십을 구축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뮤지컬 ‘영웅’의 한 장면(사진=에이콤인터내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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