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2015년 3월 19일 오전 7시 40분. 남녀가 마주 보고 있다. 두 사람의 거리는 불과 10cm 남짓. 연인이라 오해할 법도 한데 두 사람은 오늘 처음 본 사이다.
매일 아침 서울 지하철 9호선을 타는 승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얘기다. 지하철이 가다가 멈칫하기라도 할 때면 수백 명의 사람들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밀린다. 출근길인데 퇴근길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국회 국토위 소속 김상희 의원이 서울메트로와 서울 도시철도로부터 받은 ‘지하철 혼잡 현황’을 보면 9호선 급행열차는 출근 시간대 ‘최악의 지하철’로 꼽혔다. 오전 7~9시까지 혼잡도가 평균 240%로 오랜 기간 ‘지옥철’로 불렸던 사당~방배(202%) 구간을 가뿐히 넘어섰다. 10명이 타야 할 차에 24명이 타려니 매일 아침 기네스북을 쓰는 격이다
문제의 발단은 빗나간 수요 예측으로 늘어나지 않은 지하철 차량수에 있다. 지하철 9호선 이용 승객은 2010년 1억 2414만여명에서 지난해 1억 8300만여명으로 4년 새 5886만여명이나 늘었다. 그 사이 지하철 차량 증차는 없었다. 매년 1500만명 가깝게 늘어난 출근객들이 처음 본 사람과 부둥켜 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뒤늦게 상황을 인식한 서울시는 이달 5일 발표한 ‘혼잡 완화 대책’에서 2017년 9월까지 지하철 20량(1량은 지하철 1칸을 뜻한다)을 증차하고 연말에 50량을 더 운행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증차 전까지 두 가지 방법을 추가로 내놨다. 혼잡 구간인 ‘가양~여의도역’ 구간에 버스 노선을 만들고 첫차부터 오전 6시 30분 이전 이용객에게 운행 요금을 20~30% 할인해 주기로 했다.
실제로 버스를 타봤다. 가양역에서 오전 7시 8분에 출발한 버스는 차량 정체 한번 없었는데도 여의도역까지 30분 10초가 걸렸다. 시민들이 1분 1초가 아쉬운 출근길에 급행(11분)열차를 선택하는 이유를 서울시는 잘 모르는 듯하다.
이달 28일이면 9호선 2단계 구간(신논현~종합운동장)이 개통된다. 서울시는 구간 연장으로 승객이 최고 30%는 더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한숨을 내쉬는 것조차 실례인 9호선 출근길에서 또 한 주가 지나고 있다. 증차까지는 아직 1년 5개월 하고도 3주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