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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월 전엔 관세, 지금은 AI…글로벌 신용시장 다시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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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10.24 03: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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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회사채 위험프리미엄 129bp…17개월來 최대
관세충격 땐 증시 급락 후 반등…정책 후퇴가 전환점
AI 투자 수익성·차입 부담…메타 CDS 사상 최고치
국채금리↓·회사채 스프레드↑…위험확산 여부 주목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지난해 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흔들렸던 글로벌 신용시장이 17개월 만에 다시 긴장하고 있다. 이번에는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불안의 출발점이다. 지난해에는 관세정책의 후퇴가 시장 반등의 계기가 됐지만, 이번에는 천문학적인 AI 투자에 걸맞은 수익을 기업들이 입증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표를 들고 상호관세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FP)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표를 들고 상호관세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FP)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회사채의 국채 대비 추가 금리인 신용 스프레드는 전날 129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로 확대됐다. 지난해 5월 이후 약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투자자들이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17개월 전 관세 충격…시장은 어떻게 회복했나

지난해 시장의 불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에서 시작됐다. 4월 2일 관세 발표 이후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주식과 회사채가 동반 타격을 받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미국 S&P500 구성기업의 투자등급 회사채 스프레드는 지난해 4월 2일 82bp에서 며칠 뒤인 7일 102bp로 뛰었다. 불과 3거래일 만에 기업 신용위험에 대한 경계심이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당시 증시 충격도 컸다. S&P500지수는 관세 발표 이후 4거래일 동안 12% 넘게 급락했다. 그러나 4월 9일 미국 정부가 상호관세 일부를 90일간 유예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5월 12일 미중 무역 휴전까지 이어지자 투자심리는 빠르게 회복됐다.

S&P500은 지난해 5월 한 달 동안 6.2% 상승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당시 시장 반등을 분석하면서 5월 중순까지의 회복은 주로 관세정책 후퇴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되자 위험자산에 다시 돈이 몰린 셈이다.

이번엔 AI 투자 수익성 의문…메타 신용위험 급등

이번에는 기업들의 AI 투자 부담이 주요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메타는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향후 수년에 걸쳐 수천억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타의 지출 관련 계약 규모는 지난 7월 약 7000억달러에서 최근 약 8250억달러(약 1094조2800억원)로 늘었다. 다만 이는 계약 규모로, 실제 차입 예정액과는 구분된다.

투자자들은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속도에 비해 AI 사업의 수익 창출이 늦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메타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전날 114.79bp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CDS는 기업의 채무불이행 위험에 대비하는 금융상품으로, 프리미엄 상승은 신용위험에 대한 경계가 커졌다는 의미다.

이번 불안의 특징은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와 회사채가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이다. 전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AI 관련주 급락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로 4.96% 안팎까지 내려왔다. 반면 회사채 스프레드는 확대됐다. 국채금리 하락과 회사채 위험 프리미엄 상승이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미국의 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내부 모습. (사진=AFP)
미국의 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내부 모습. (사진=AFP)
작년처럼 반등할까…투자자가 살펴야 할 세 가지

두 시기의 결정적 차이는 불안을 해소할 조건이다. 지난해에는 관세 유예와 무역협상이라는 정책 변화가 시장의 전환점이 됐다. 반면 이번에는 AI 기업들의 투자 규모와 현금흐름, 향후 수익성에 대한 판단이 중요해졌다.

이번 신용 스프레드 확대를 곧바로 금융위기의 전조로 해석할 수는 없다. 우량 기업의 대규모 채권 발행이 예상되면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과 유가 상승, 프랑스 정치 불안도 신용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투자자들이 주목할 변수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AI 기업들의 차입 증가가 실제 부채 상환능력 악화로 이어지는지 살펴야 한다. 다음으로 신용 스프레드 확대가 일부 기술기업을 넘어 다른 산업과 투기등급 회사채로 확산되는지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의 AI 투자 확대 속도에 맞춰 잉여현금흐름과 수익성이 개선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PGIM크레딧의 데이비드 델 베키오는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대규모 회사채 발행 가능성이 투자등급 신용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인베스코의 노버트 링은 “스프레드 확대가 우량 회사채 투자자에게 더 높은 위험 보상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불안은 아시아로도 번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시아 우량기업의 달러채 스프레드가 확대됐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금리 부담이 커지자 엔화채 발행을 연기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달러채 발행을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신용시장 불안이 한국 공공기관의 해외 자금조달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17개월 전의 경험은 신용 스프레드 확대가 반드시 장기 침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에도 당시처럼 시장이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자들은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개별 기업의 투자 회수 능력을 구분하면서 위험 프리미엄 확대가 어디까지 번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AFP)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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