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로 지난주 청문회에서 야당은 후보자의 장남이 병역을 회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미국 불법체류와 마리화나 흡입 가능성 등을 제기하며 후보자가 의도적으로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앞서 여야가 밝히지 말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던 장남의 질병코드를 공개해 후보자 가족의 민감정보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였다. 차남에 관해서도 강남구 대치동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하는 등 가족에 대해 총공세를 펼치며 두 차례 정회를 거듭하기도 했다.
결국 유 후보자는 자녀들에 대해 “아픈 자식을 둔 부모로서 잘 챙기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하다”며 “자식이 부모의 바람대로 되지는 않는 점도 이해해달라”는 사과를 해야 했다. 청문회가 진행된 약 11시간 동안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이나 회복, 혁신 방안 등 과기계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는 한 시간도 채 이뤄지지 못했다는 게 청문회를 지켜본 사람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미·중 과학기술 패권경쟁 심화, 전 세계적인 우주·양자·인공지능 등 전략 기술 투자 강화 속 우리나라의 대응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 그런데 중요 정책을 총괄하고 수립하는 데 앞장서야 할 과기부 장관에 대한 검증은 뒷전이고 여야가 정쟁만 거듭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이 방송 권력을 장악하는 데만 집중하면서 과학기술법안소위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가족의 병력과 마약 투약혐의 사실 여부를 떠나 장관 임명은 강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12일까지 청문회 결과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 요청(13일) 직후인 14일에는 유 후보자가 임명될 전망이다. 야당의 막무가내 사퇴 공세에 그저 날만 세우는 여당까지, 후보자 역량 검증이 뒷전으로 밀린 과방위가 그저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