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투자자들은 모든 투자에 리스크가 수반된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현금을 과도하게 보유했을 때의 리스크까지는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급변하는 거시경제 환경에서는 다양한 자산군에 다각화된 투자를 통해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기예금의 리스크를 더 잘 이해하려면, 먼저 정기예금이 왜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를 알아야 한다. 현재의 ‘매력적인’ 정기예금 금리는 물가 상승 압력과 미 연준의 채권 구매 감소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다. 100달러의 투자가 1년 후 110달러로 돌아온다고 가정할 때 12개월 명목금리는 10%다. 이 명목금리는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는 해당 기간의 물가상승률이고 둘째는 물가상승률을 배제한 실질금리다. 올해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를 16년래 최고치까지 높인 주 요인은 ‘실질금리’라고 볼 수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의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가 약 2%로 급등했다. 이러한 금리 상승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당초 우려에 비해 미국 경제가 견조한 회복력을 유지하는 있다는 점이 금리 상승의 동인으로 작용했다. 둘째, 미국의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이은 미국 정부의 채권 공급 확대 역시 수급 측면에서 영향을 미쳤다.
현재의 실질금리 수준을 감안할 때 향후 금리는 추가 상승 가능성보다 하방 위험이 더 크다고 본다. 먼저, 2%의 실질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금리 레벨인 1.5~2.8% 수준에 해당한다. 또한 주요 선행지표 및 소비자물가지수는 미국의 물가 압력 완화 및 성장 둔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구매관리자지수(PMI)에 따르면 제조업의 부진이 미국 경제의 핵심 동력인 서비스업으로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난다. 근원 물가상승률도 최근 몇 달 간 전월 대비 0.1~0.3% 사이에 머물고 있다.
결론적으로 과도한 현금 보유는 향후 정기예금 금리의 하락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정기예금 만기 도래 시점의 금리 불확실성을 달리 말하면 ‘재투자 리스크’라고도 한다. 이러한 리스크는 선진국 투자등급 국공채에 대한 분산 투자로 완화시킬 수 있다. 지금의 고금리를 일반적인 정기예금보다 더 장기간 묶어둘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물가 통제에 접근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현 기준금리인 5.5%는 금리 인상 사이클의 고점에 다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향후 12개월 관점에서 3.25~3.5%까지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미국 국채 투자를 통해 4% 이상의 이자 수익과 더불어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가격 상승으로 잠재적 자본차익 역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