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尹 "영국은 베컴, 한국은 손흥민…한영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종합)

권오석 기자I 2023.11.22 06:53:05

尹, 영국 의회서 영어 연설
양국, 자랑스러운 도전과 응전의 역사…문화예술의 매력도
"양국, 창조적 동반자로서 인류의 보다 나은 미래 위해 기여할 때"

[런던=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영국 의회 연설을 통해 “영국이 비틀즈, 퀸, 해리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고 밝혔다.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런던의 국회의사당인 웨스트민스터 궁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웨스트민스터 궁을 찾아 의회 연설을 하며 “양국은 자랑스러운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만들어 온 공통점과 함께 문화예술의 매력도 지니고 있다”고 이 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의회의 어머니’인 영국 의회에 서게 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영국은 근현대 세계사의 개척자였다. 자유민주주의의 주춧돌을 놓고 시장경제 질서를 꽃피웠다. 개인의 자유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영국 국민들의 신념은 명예혁명을 통해 의회민주주의를 태동시켰다”고 추켜세웠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유럽 국가 중에서 영국과 최초로 1883년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했다. 스코틀랜드 출신 존 로스 선교사는 1887년에 최초로 신약성서를 한국어로 번역했고, 브리스톨 출신 어니스트 베델 기자는 1904년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하고, 36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국의 독립에 앞장섰다”고 설명했다.

이어 “1916년 세브란스 병원 수의학자로 한국에 온 워릭셔 출신 프랭크 스코필드 선교사도 한국의 독립운동을 하면서 장학회를 설립하고 한국의 어려운 이들을 보살피는 데 앞장섰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1950년에도, 영국은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공산 세력의 침공으로 대한민국의 명운이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영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8만명의 군대를 파병했고, 이들 중 1000명이 넘는 청년들이 알지도 못하는 먼 나라 국민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임스 칸 중령이 이끄는 영국의 글로스터 1대대가 임진강 설마리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며 “‘우리는 행동으로 기억된다’는 글로스터 부대의 구호처럼, 영국군의 숭고한 희생은 한국인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양국 관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저의 이번 국빈방문 계기에 체결하는 ‘한영 어코드’(일명 ‘다우닝가 합의’)를 기반으로 이제 양국은 진정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의 협력 지평은 디지털·AI, 사이버 안보, 원전, 방산, 바이오, 우주, 반도체, 해상풍력, 청정에너지, 해양 분야 등으로 크게 확장돼 나갈 것”이라며 부연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북한 핵 위협 등 지정학적 리스크 앞에 국제사회가 분열되고 있다. 공급망, 기후 대응, 디지털 분야의 격차가 국가 간 경제 격차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문명은 도전과 응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고 발전한다’고 했다. 역동적인 창조의 역사를 써 내려온 한국과 영국이 긴밀히 연대해 세상의 많은 도전에 함께 응전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윈스턴 처칠 수상은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감’이라고 했다. 이제 우리 양국이 창조적 동반자로서 인류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기여할 때”라며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마무리하겠다. ‘우리의 우정이 행복을 불러오고, 우리가 마주한 도전을 기회로 바꿔주리라’”고 마쳤다.

한편, 윤 대통령이 외국 의회에서 외국어로 연설한 것은 지난 4월 국빈 방미 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의회에는 존 맥폴 상원의장, 린지 호일 하원의장, 자민당 당수이자 한영 친선의원협회장인 에드 데이비 하원의원, 데이비드 얼튼 상원의원 등 총 450여명이 참석했다. 15분이 좀 넘는 연설이 끝나자 의원들은 전원 기립해 30초 정도 박수를 보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