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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생인 A씨는 설계사 B씨를 통해 장해담보 약 1억원에 맞춰 국내 한 보험사의 정기보험에 가입했다. 보험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목격자 없는 단독 재해사고가 발생하면서 OO병원에 2~3일 입원, 1~2회 통원치료를 받고 ‘후유장해 진단’을 받았다. 구체적인 진단명은 ‘약간의 추간판탈출증’이다.
‘약간의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은 장해 약관상 “MRI나 CT 검사에서 추간판 병변이 확인되고 의학적으로 인정할 만한 하지방사통 또는 감각 이상이 있는 경우”로 정의한다. 명확한 기준이 있는 다른 장해와는 기준이 달라 의학적 소견이 있으면 진단이 인정된다. 재해사고로 인한 미세한 추간판탈출증이 있기만 하면 사고기여도에 따라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이다.
문제는 A씨가 이 약관을 악용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전직 보험설계사였던 브로커 C씨와 공모해 허위장해진단 보험사기를 꾸몄다. 브로커 C씨는 1980~1990년대생으로 보험 가입자를 꾸려 특정 보험에 집중 가입시켰다. 또 특정 병원에 입원해 장해진단을 받고, 특정 법무법인을 통해 보험금을 청구했다. 이렇게 비슷한 패턴으로 들어온 보험 청구는 21건이나 됐다.
◇ “디스크 진단 어렵지 않아” 꼬셔 보험금 편법수령
연령대가 비슷한 대상자에 같은 설계사·병원. 의심 정황을 포착한 보험사는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장해 진단은 의사 고유 영역인지라, 진단보다는 ‘사고’에 집중했다. 21명이 경험한 재해사고의 진위 여부를 집중 수사하기 위해 브로커·설계사·보험 가입자들의 휴대폰, 컴퓨터, 통화 내역 등을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한 결과, 이들은 병원 내원 전부터 사고 유형·사고 내용 설명법 등을 미리 협의해 보험사기를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브로커는 실제 사고가 없더라도 디스크 진단이 어렵지 않다는 점을 파고 들었다. 누구나 조금씩 추간판 탈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면 거액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며 보험 가입자이자 보험사기 공모인들을 모집했다. 실제 병원 MRI 촬영 며칠 전부터 환부에 소주병을 대고 1~2시간씩 딱딱한 바닥에 누워 있으면 일시적으로 디스크가 눌려서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피의자 조사 결과 21명 중 15명은 범죄사실을 인정했다. 젊은 보험 가입자들은 장해보험금을 받기 위해 고액의 장해만 보장되는 상품에 가입했다는 점을 털어 놓았다. 사고 자체도 아예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설계사 B씨도 모집 당시 보험금 편취를 하기 위한 보험가입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모집수수료를 취할 목적으로 보험가입을 체결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들의 보험사기 행각으로 적발된 금액은 9억4000만원가량이다. 결국 보험 가입자들과 브로커, 설계사 등 23명은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보온병은 보험사기의 행태를 통해 사회의 ‘온’갖 아픈(‘병’든) 곳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보온병처럼 세상에 온기를 불어 넣어주는 따뜻한 보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