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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건이길래 이례적인 판정이 나왔을까.
한 제조업체 생산라인에서 그룹장(조장)을 맡고 있던 A씨는 19명의 조원을 관리하고 있었다. 이 회사에서 조장은 자기가 담당하는 생산 라인의 생산량을 책임지는 구조다. 19명의 조원 중 16명은 A씨보다 나이가 많았고, 근속연수도 더 길었다.
문제는 A씨가 조원들에게 근무태도(근태)를 지적할 때 생겼다. 조원은 조퇴를 하거나 외출을 할 때 조장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A씨는 일정에 따라 정해진 생산량이 있기 때문에 다수의 조원이 한꺼번에 조퇴나 외출을 할 수 없다는 식의 발언을 조원에게 했다.
A씨와 근태를 두고 마찰을 빚은 조원들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특히 A씨의 사임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거나 현수막을 걸고, 서명 운동을 벌였다. A씨가 구내식당에 식사를 하는 와중에도 식당에서 사임 촉구 홍보물을 돌리기도 했다.
A씨는 결국 정신적 압박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다른 동료의 손가락질과 눈초리에 대한 두려움에 우울과 불안에 시달려 진통제가 없이는 버틸 수 없을 정도였다고 전해졌다.
결국 회사는 징계위원회를 열고 A씨가 괴롭힘을 당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에 나섰다. 사내 징계위원회는 외부전문가까지 위원으로 불러 이번 사안을 신중하게 검토했다. 검토 결과 회사는 조원 19명이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조원 19명 중 괴롭힘 정도가 심했다는 판단을 받은 12명은 징계를 받았다. 특히 괴롭힘을 주도했다는 판단을 받은 직원 3명은 출근정지 2개월의 징계가 내려졌다.
하지만 출근정지 2개월 판정을 받은 조원 B씨가 회사의 판단에 불복하고 나섰다. 자신은 괴롭힘을 주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징계가 과도하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B씨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중앙노동위원회까지 오게 됐다.
중앙노동위원회는 B씨의 징계가 합당하다고 최종적으로 판정했다. 중노위는 “그룹원들에 대한 근태 및 생산관리, 품질 및 안전관리 등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상급자를 상대로 집단적인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주도한 근로자에 대해 엄격한 처분이 필요하다고 인정된다”며 “다수에 의한 집단적 괴롭힘 행위가 직장질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고, 이 사건 피해자는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과 심리적인 위축이 적지 않았다”고 판정 이유를 설명했다.
회사가 B씨에게 내린 출근정지 2개월 처분이 사회 통념상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중노위 관계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란 단순히 직급이나 직위 등만이 아니라 비록 하급자여도 수적으로 다수라면, 직장 관계 등의 우위가 인정되며, 이러한 다수에 의한 괴롭힘 행위가 직장질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이번 판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