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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도 인정한 박원순 성희롱…"어떤 죽음은 가해, 비겁한 행동"

김화빈 기자I 2022.11.21 07:33:18

김재련 변호사, 신동아 인터뷰
"박원순, 죽음으로 증거 인멸해 그래선 안 됐다"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에 이어 법원에서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행위는 ‘성희롱이 맞다’고 판결한 가운데 박 전 시장의 비서실 직원이던 피해자 김잔디(가명)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박 전 시장의 자살에 대해 “비겁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2020년 7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됐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분향소 (사진=방인권 기자)
김 변호사는 20일 공개된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일반 시민도 잘못하면 수사 받고 영장 청구돼 구치소 가서 억울하다고 항변하는데 법을 아는 사람, 엄청난 지지자를 가진 사람이 이런 일이 생기자 죽음으로 증거를 인멸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박 전 시장은 김잔디씨가 2020년 7월 8일 자신을 성폭력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하루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권위는 직권조사를 통해 2021년 1월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인정했고, 그로부터 1년 10개월 후인 2022년 11월 이번엔 법원이 재차 성희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김 변호사는 “일반 시민도 잘못하면 수사 받고 영장 청구돼 구치소에 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법치주의 국가 시민으로서 기본적인 일”이라며 “(박 전 시장은) 죽음으로 자신의 책임을 면했다. 적어도 박원순은 그래선 안 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는 가해자가 더는 자기에게 그러지 않기를 바랐고, 그것이 자기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는지 알게 해주고 싶어서 고소를 했다”며 “그런데 가해자가 사망했다. 더는 가해자를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없는 원망스러운 상황이 된 거다. 어떤 죽음은 최종적 가해라고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자신이 박 전 시장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는 데 대해 “제일 황당했던 것은 내가 피해자를 꼬드겨서 고소하게 했다는 것”이라며 “서울시청 직원들이 피해자를 평가할 때 ‘그렇게 착하고 상냥했던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조직에 이럴 수 있나. 필시 저 노랑머리 변호사가 꼬셔서 그랬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맡을 때 우리 사무실 변호사와 직원들은 내게 안 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때 내가 ‘가해자가 너무 힘이 센 사람이어서 나는 못 하겠다고 할까요’라고 물었다”며 “정무적 판단이 부족한지 몰라도 중요한 건 원칙대로 한다는 거다. 그 원칙은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하면 지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재련 변호사 (사진=이데일리 DB)
검찰조직 내 미투 운동을 벌인 서지현 전 검사의 법률대리인이기도 했던 김 변호사는 “권력형 성범죄라고 해서 지난 20년 동안 해온 성범죄 사건들과 유형이 전혀 다르지 않다. 가해자가 얼마나 많은 지지자를 두고 있느냐의 차이일 뿐”이라며 “가해자가 어느 진영 사람인지에 따라 그들의 해석과 행동이 다른 거다. 가해자를 봐가면서 사건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변호사의 책무나 직업윤리에 맞지 않는다”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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