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베트남 소득 1위 ‘빈즈엉성’에 동남아 전진기지 구축한 韓 기업

윤정훈 기자I 2022.11.09 06:30:00

<한-베트남 수교 30주년 특별기획>편리한 교통 인프라와 지리적 장점 갖춰
월평균 소득 40만원으로 2020년부터 베트남 소득 1위
금호타이어 3.2억달러 투자해 증설
협력사 일감 늘고 현지 일자리 창출 효과
오리온, 베트남 연매출 3000억 돌파…파이시장 점유율 70%
오뚜기도 8년만에 매출 5.6배 성장

[빈즈엉성(베트남) =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지난 4일(현지시간) 호찌민 도심에서 차를 타고 13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1시간여를 달리자 빈즈엉성에 도착했다. 빈즈엉성은 호찌민과 인접한 지리적 장점과 편리한 교통 인프라,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베트남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도시로 꼽힌다. 산업단지 면적만 여의도의 34배 크기인 100㎢에 달한다.

이 덕에 빈즈엉성은 2020년 베트남에서 월평균 소득(712만동·약 40만원)이 가장 많은 곳이 된 후 3년째 1위를 기록 중이다.

베트남 빈즈엉성 투언안 시내 전경(사진=빈즈엉성)
◇금호타이어, 3.2억달러 투자…연간 타이어 1250만본 체제 구축

이날 방문한 금호타이어 빈즈엉성 공장의 내부는 원재료를 혼합해 타이어용 고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는 고무냄새로 가득했다. 24시간 가동하는 이 곳은 와이어 추출, 보강재 투입, 성형·가류 등 과정에서 발생하는 웅장한 기계소리로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김현호 금호타이어 베트남 법인장은 “공장은 베트남의 설날인 ‘뗏’과 9월 정비기간을 제외하면 연중무휴로 가동한다”며 “2020년에 연간 440만본이던 생산능력은 900만본까지 늘었다. 증설이 완료되면 1250만본까지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해외 공장중에서는 중국 남경공장(1270만본)과 함께 가장 많은 생산량 규모다. 금호타이어가 증산을 하면서 코오롱인더스트리, 효성, 고려제강 등 한국 협력사들의 전망도 밝다.

김현호 금호타이어 베트남 법인장이 기계를 조작하고 있다. (사진=윤정훈 기자)
김 법인장은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타이어는 미국에 수출할 때 관세율이 한국의 절반인 7.8%에 불과해서 수익성도 좋다”며 “증산을 성공적으로 마쳐서 수출기지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법인장은 내년 1분기까지 예정된 증산을 마무리하기 위해 주말도 반납하며 열정을 쏟고 있다. 작년 베트남이 3개월 가량 셧다운 됐을때도 공장에서 직원들과 숙식을 해결하며 증산 작업에 몰두했기 때문에 베트남법인은 흑자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베트남에서 만드는 타이어는 대부분 북미·아세안 지역으로 수출되고 있다. 베트남의 자동차 보급률이 증가하면서 내수시장 규모도 급성장하고 있다. 실제 작년 금호타이어의 베트남 내수 판매량은 전년대비 50% 늘었다. 내수 공략을 위해서 단독 브랜드숍 1호점을 지난 9월 하노이에 오픈했고 2025년까지 25개까지 출점할 예정이다.

김 법인장은 “금호타이어는 빈즈엉성에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기업 중 하나로 집짓기 등 사회공헌 활동을 매년 꾸준히 하고 있다”며 “1000여명의 현지 직원은 평균 7~8년으로 근속연수가 길고, 급여도 베트남 평균보다 2배 이상 많아서 빈즈엉성 정부에서도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베트남 빈즈엉성 미푹단지 오리온 공장 전경(사진=오리온)
◇오리온·오뚜기, 현지화 전략 앞세워 베트남 내수 공략

금호타이어 외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빈즈엉성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 1995년 대표 제품인 초코파이를 수출하며 베트남에 첫발을 내딛은 오리온은 2006년 빈즈엉성 미푹공장을 설립하며 생산을 본격화했다. 현재는 하노이에 제2공장까지 가동하며 베트남 내 입지를 다지고 있다. 오리온 베트남 법인은 현지화 전략을 내세워 진출 10년 만인 2015년에는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작년에는 연매출 3000억원을 넘어섰다.

현지화에도 힘쓰고 있다. 오리온은 베스트제품인 초코파이를 ‘초코파이 다크’, ‘복숭아맛’, ‘요거트맛’ 등으로 다양화해서 파이 시장 점유율 70%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지에서 공급받은 감자로 만드는 포카칩(오스타)도 작년 318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베트남 생감자칩 시장을 석권 중이다. 또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는 양산빵과 쌀과자 제품을 출시하는 등 내수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007년 베트남 빈즈엉성에 법인을 설립하며 진출한 오뚜기는 2010년 1월 공장 준공과 함께 케첩, 마요네즈를 시작으로 다양한 제품은 생산·판매하고 있다. 오뚜기는 베트남의 열대과일을 이용한 원료를 생산하며 현지화에 힘쓰고 있다. 2013년 80억원에 불과했던 베트남 법인 매출은 지난해 45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2018년에는 하노이 박닌공장을 설립하고 라면을 생산하고 있다.

빈즈엉성 내 한국기업 관계자는 “빈즈엉성은 호찌민에 근접해 내수 공략에도 좋다”며 “사이공 강을 통한 물류 인프라도 잘 갖춰져 수출 기지로도 손색이 없다”고 했다. 이어 “베트남은 인건비가 싸고, 정부가 제공하는 혜택이 좋아 현지화 전략을 잘 세운다면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오뚜기 베트남 박닌공장 전경(사진=오뚜기)


한-베트남 수교 3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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