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진단법 많지만 한계 명확
알츠하이머는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초기 증상을 노화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오해하기 쉬운 데다, 전조 증상도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 탓이다. 문제는 알츠하이머는 퇴행성 질환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악화한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무엇보다 조기 진단으로 병세를 늦추는 게 중요하다.
현재 알츠하이머를 진단하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문진과 신경심리검사, MRI·CT(영상검사)를 비롯해 바이오마커 활용 방식인 뇌척수액검사와 아밀로이드 PET 검사 등 종류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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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이 알츠하이머 진단키트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앞으로 예상되는 알츠하이머 진단 수요도 긍정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잉크우드 리서츠(Inkwood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치매 진단시장은 2017년 2조8840억원에서 2022년 3조9210억원으로 올랐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의하면, 국내 알츠하이머 진단 시장은 2012년 9900억원에서 2050년께 3조5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선두주자 피플바이오, 3~4월 병·의원에 제품 본격 출시하며 속도
알츠하이머 진단키트 개발에 도전장을 내민 대표적인 기업은 피플바이오(304840), EDGC(245620), 단디바이오 등이다.
가장 속도가 앞선 건 피플바이오다. 피플바이오 측은 “3~4월 중 알츠하이머 조기진단키트를 병·의원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회사는 알츠하이머 진단키트에 대해 2018년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으며 검진센터뿐 아니라 병·의원과 대학병원에도 본격적으로 선보일 수 있게 됐다.
피플바이오는 혈액으로 치매가 진행될 때 나타나는 아밀로이드베타 올리고머화(OAβ)를 측정해 알츠하이머 진행 여부를 파악한다. 테스트 당 10만원 정도로 다른 진단 기술 대비 가격이 낮다. 고가의 분석 장비도 필요 없다. 식약처 품목허가용 임상 시험 결과, 민감도는 100%, 특이도는 92.3%였다. 민감도는 질병이 있는 사람이 검사받았을 때 양성일 확률, 특이도는 질병이 없는 사람이 검사받았을 때 음성일 확률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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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디바이오사이언스와 플렉센스도 혈액에서 LPS를 검출하는 방식의 진단키트를 만들고 있다. 내년 상업화가 목표다. LPS는 그람 음성균 유래 내독소다. 지난 12월 단디바이오사이언스는 그람 음성균 및 LPS를 제어하면 알츠하이머 발병 및 진행을 예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논문을 SCI급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
◇시장 침투 속도·기술력 관건
향후 국내 알츠하이머 진단키트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으로 발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개발된 알츠하이머 진단키트는 전 세계적으로 몇 개 없다. 일본 의료기기업체 시마즈제작소가 혈액으로 알츠하이머를 진단하는 방법을 개발했고, 미국 C2N 다이어그노스틱스(C2N Diagnostics)가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 혈액 검사법에 대한 LDT(실험실 자체개발 검사) 서비스 중인 정도다. 해외 수요에 힘입어 피플바이오는 지난해 11월 20억원 규모의 싱가포르 All Eights사와 알츠하이머 검진키트 공급 계약을 맺었다.
편리하고 저렴한 진단키트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임상 현장에 자리 잡은 기존 진단법을 어떻게 대체할지가 관건이다. 시장에 얼마나 빨리 침투하는지, 기술력은 어느 정도인지가 주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피플바이오 관계자는 “후발주자가 월등히 뛰어난 기술을 갖추면 위험 요소가 되겠지만, 일단 시장을 선점하면 (제품을) 바꾸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문진법을 대체하거나 함께 사용되기 위해서는 혈액 검사를 대중화하는 걸 급선무로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