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공매도로 주가 저평가”…K스톱 목표 삼아
K스톱 당일 7월15일 22% 급등 후 3만7150원 마감
8월 중순까지 지지부진…최근 한달새 6만원 넘겨
공매도잔고 2565억→3308억원…신약 호재 주가 올려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동학개미들이 “공매도를 잡겠다”며 미국 게임스톱 사태를 본뜬 ‘K스톱’ 운동을 벌였던
에이치엘비(028300)의 주가가 이후 불과 2개월 새 80% 가량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학개미들은 코스닥 공매도 잔고 1위인 에이치엘비가 공매도 탓에 주가 저평가됐다고 보고, 당시 K스톱 운동의 첫 목표로 삼은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에이치엘비는 공매도 잔고 1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도 신약 임상 관련 호재 등이 연이어 나오며 주가가 급등세를 탔고, 이달 초 한때 코스닥 시총 2위에 오르기도 했다.
19일 한국거래소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잔고는 K스톱 운동이 벌어졌던 지난 7월 15일 2565억원에서 2개월이 지난 14일엔 3308억원으로 29% 증가했다. 반면 주가(마켓포인트·종가 기준)는 3만 7150원에서 이달 7일 6만 7700원까지 82.2%나 치솟았고, 이후 소폭 조정을 받았지만 17일 6만 5800원으로 여전히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온라인 개인투자자 커뮤니티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7월 15일 첫 K스톱 운동을 펼칠 종목으로 코스닥 공매도 잔고 1위인 에이치엘비를 지목하고, 오후 3시부터 집중 매수를 벌이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당일 에이치엘비 주가는 한때 시초가 대비 22%나 급등하며 상한가 수준에 근접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1000여명이 참여한 K스톱 운동이 시작된 오후 3시 이후 주가가 급락하며 전일 대비 5.5% 오른 3만 71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K스톱 1차 운동 당일 언론 보도와 주식 리딩방, 유튜브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이 사전에 널리 퍼졌다”며 “단기 매매를 노린 이른바 ‘단타족’들이 K스톱 운동을 시세 차익의 기회로 노리고 에이치엘비 매수에 뛰어들어 주가가 크게 요동친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도 에이치엘비를 대상으로 했던 K스톱 운동이 특정 종목을 집중 매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불공정거래 등 위법행위가 있는지 살펴보기도 했다. K스톱 운동에 참여한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4만원이 넘는 당일 고점에서 매수했다가 손실을 봤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 올 7월 15일 이후 지난 17일까지 에이치엘비 주가 추이. (자료=유진투자증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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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엘비 주가는 K스톱 운동 이후 한 달 넘게 3만원대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4만원을 넘어선 에이치엘비 주가는 같은달 26일엔 5만원, 이달 1일엔 6만원을 연이어 돌파하는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공매도 잔고는 여전히 코스닥 1위였지만 거침없는 주가 상승세를 이어간 것이다.
이 같은 높은 주가 상승의 원인은 에이치엘비가 글로벌 권리를 보유한 경구용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중국명 아파티닙) 등에 대한 임상 2상 결과 발표 및 관련 논문 공개 등이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K스톱 운동 당일 최고점에서 주식을 매수했던 경우라도 2달 가량 주식을 보유했다면 최소 60% 가량의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었던 셈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매도가 들어온다고 해도 뚜렷하게 주가 하락을 불러일으키기가 어렵다”고 의견을 밝혔다.
| 에이치엘비의 지난 7월 15일 이후 공매도잔고(금액 기준)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KRX 정보데이터시스템·단위=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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