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의 금융당국은 2008년의 금융위기를 ‘행동 위험’으로 귀결시켰다. 그래서 위기 이후 주요국의 규제 당국은 근본적으로 위법행동위험에 대처하는 치료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기대치가 만들어졌다. 그동안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소비자에게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져도 직원들에게 성과보수를 주던 예가 많았다. 보수체계는 월급보다는 성과급에 연동돼 있었다. 매출을 위해서는 위법 행위를 서슴지 않는 비윤리적인 문화가 성행했다.
위법 행위는 단지 몇 명의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의 집단행동 위험문화로 연결되고 금융시장에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의 집단행동은 주변 사람들의 행동으로부터 신호를 받아 행동하며, 또 이것이 상호작용해 사람들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특히 직원들은 상사가 하는 행동을 관찰해 그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또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배운다고 한다.
이에 감독 당국은 기존의 컴플라이언스 제도만으로는 기업의 위험한 행위를 억제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기업의 위험문화를 감독하기 위해서는 최고 경영자와 이사회가 기업 내의 건강한 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내부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뉴욕 연준은 기업 내 위법 행위를 줄이기 위한 건강한 문화가 있는가를 감독하고 있다. 금융사가 개인 또는 조직의 이익보다는 고객을 우선시하는 문화를 정착하고 있는지, 또 이사회가 직접 조직의 행동 위험에 대한 문화를 검토하고 승인토록 한 것이다.
영국의 FCA는 금융 행위 규제 기관으로서 2016년과 2017년에 5가지 행동 규칙을 만들었다. 5가지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고객의 이익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공정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진이 기업의 문화적 약점을 확인하고 위법 위험을 줄이기 위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조사하는 틀을 마련했다.
호주 감독청도 2015년에 기업이 건전한 위험문화를 수립하고 유지하도록 하는 위험문화평가를 시작했다. 건전한 위험문화가 부정행위로 인한 손실의 빈도를 줄이고 금융산업에 신뢰를 높이자는 것이다.
홍콩통화 당국은 2017년에 감독 기관이 거버넌스, 성과보수 및 평가 3가지를 통해 건전한 기업문화를 개발하고 홍보하도록 지시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네덜란드 국립은행은 2011년부터 기업에 대한 문화 및 행동 검토를 시행했다. 의사 결정, 의사소통, 리더십 및 그룹 역학과 관련된 행동이 위험을 증폭시키거나 완화하는 방법을 조사함으로써 조직문화의 약점을 평가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모펀드 사태와 같은 ‘행동 위험’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문화의 변화는 매우 어려운 일이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그러나 행동 위험과 싸우는 것보다 효과적인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훨씬 더 기업의 불법행위 위험을 줄이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잘못된 행동을 한 사람도 ‘관행’이라고 말함으로써 자신을 방어하려고 하는 문화가 너무나 만연해 있다. 이는 불행하게도, 관행을 주장하는 직원뿐 아니라 과거에 잘못된 행동을 한 방어문화가 기초였던 것 같다. 이번 사모펀드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컴플라이언스 문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업이 ‘문화와 행동’을 스스로 마련하는 계기를 감독당국이 선도해 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