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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지난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비행을 앞두고 만난 안가인(가명) 대한항공(003490) 객실승원팀 부사무장은 “쉬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정말 근무하고 싶었다”며 설렘 가득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3개월 만에 비행에 나서는 그의 얼굴은 한껏 상기돼 있었다.
대한항공은 경영환경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4월 16일부터 10월 15일까지 6개월간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휴업에 돌입했다. 객실승무원은 코로나19로 운항편이 급감하자 한 달 앞서 3월부터 휴직에 들어갔다.
그는 “9년 차 직장인이라면 격무에 슬럼프가 왔을법한 시기지만, 요즘은 다시 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한 마음뿐이다”고 귀띔했다. 이어 안 부사무장은 “쉬는 동안 회사에 대한 걱정스러운 이야기가 많아 혹시 복귀를 못 할 수도 있지 않을까도 생각했다”며 “동료도 모두 한 가정의 가장일 텐데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국경을 넘나드는 최전선인 공항에서 근무하는 터라 누구보다 바이러스 노출에 대한 걱정보다 일자리의 소중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는 게 그의 속마음이다. 안 부사무장은 “외국에서 인천으로 들어오는 비행 편은 방호복과 고글, 마스크, 라텍스 장갑을 착용하는 등 여러 장비를 갖춰 무서움은 덜하다”고 말했다. 2018년도에 입사한 김호중(가명) 대한항공 여객서비스부 탑승수속팀 사원은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초심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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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여파는 지상조업사에 더 큰 충격을 안겼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자회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 임직원은 지난 3~4월 무급휴직을 했고, 지난달부터 유급휴직으로 전환해 통상임금의 3분의 2 수준의 급여만 받고 있다. 여객서비스를 담당하는 장동원(가명) 선임매니저는 “2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다가 한순간에 일이 없어지니 심리적 위축감이 더욱 컸다”며 “회사가 있어야 일자리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여객은 줄었지만, 탑승 절차 과정은 더욱 복잡해졌다. 그는 “까다로운 출입국 절차에 단순 여행으로 해외를 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 코로나 음성 테스트 결과는 기본으로 갖추고 현지 거주 증명서나 특별비자 등 갖춰야 하는 서류가 많다”며 “이를 다 확인하고 또 케이스별로 상황이 달라 한 사람 체크하는 데 기존보다 10배 시간이 더 든다”고 설명했다. 반면 객실서비스는 간소화했다. 비즈니스석과 일등석을 담당하는 안 부사무장은 “평소라면 만석으로 서비스를 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이번 비행은 10명 정도로 5분의 1로 줄었다”며 “기내식도 간소화해 코스별로 나가다가 한상차림으로 서비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는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여유 인력이 모두 휴업에 돌입하고 있어 신규채용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장 선임매니저는 “올해 신규 직원들은 고사하고 정규직 전환을 앞둔 비정규직 후배들은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여 선배로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토로했다. 김 사원은 “2020년도 신입사원들은 입사는 확정됐지만, 교육을 못 받고 배치도 미뤄지고 안타까운데 어서 후배들을 맞이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코로나19 종식으로 이전처럼 여행이 일상이 되는 시기가 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안 부사무장은 “무엇보다 항공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데 하루빨리 사태가 좋아지고 회사도 정상화돼 즐거운 비행을 하게 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