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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우리 사회가 빠른 속도로 고령화하면서 연금고갈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년연장은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일하는 기간만큼 연금 보험료 납부기간은 길어지고, 수령 기간은 짧아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년연장은 결국 청년채용 감소를 불러 세대 간 일자리 다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아울러 근로자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로 인해 기업의 경쟁력 약화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특히 국회에서 제기된 방안은 정부 개입이 손쉬운 공무원부터 정년을 연장해 민간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가뜩이나 ‘철밥통’이란 비난을 받고 있는 공직사회의 기득권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입법조사처 “정년연장 논의해야”
국회입법조사처는 8일 제21대 국회 주요 입법·정책 현안 보고서에서 △일반직 공무원의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 △경찰직과 소방직이 60세 이전에 퇴임하는 계급정년을 완화하는 방안 △직급별 정년을 달리해 고위직보다 중·하위직의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입법조사처는 정년연장과 함께 공무원 임금피크제 도입도 동시에 논의할 것을 주문했다. 임금피크제는 퇴임을 앞두고 단계적으로 임금을 낮추는 방안이다. 입법조사처는 “임금피크제는 예산 절감, 인력의 탄력적 운용 등의 장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 인사혁신처는 임금피크제 등과 연계한 정년연장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를 결합한 정년연장을 추진 중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각의에서 국가공무원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공무원 정년을 2022년부터 2년 단위로 1년씩 늘려 2030년까지 65세로 연장하는 것이다. 60세 이후의 급여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종전의 70% 수준으로 낮추도록 했다.
우리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정년연장에 대해선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중앙부처 고위관계자는 “후배들을 위해 이르면 50대 초반에 용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취업 심사가 강화돼 과거처럼 협회나 산하기관에 가는 것도 쉽지 않다”며 “정년이 연장되면 행시 출신이 50대 초반에 옷 벗는 일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재정 측면에서도 긍정적 측면이 있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정년을 늦출수록 연금지급 시기가 늦춰져 국가재정에 도움이 된다. 호봉제를 다른 형태로 바꾸는 임금 개혁도 추진될 수 있다”며 “수십년 간 전문성을 쌓은 공무원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주는 것은 국가 전체적인 인력 활용 측면에서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진통 불가피, 점진적 시행 필요
그러나 노조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무원노조는 정년연장에는 공감하지만 호봉제 폐지 등 임금체계 개편에는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호봉제를 직무급제로 개편하면 임금이 줄어들 수 있고 갈등만 커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전국공무원노조 관계자는 “공직사회의 업무는 직무를 측정할 정량적, 정성적 계량이 불가능하다”며 “공직사회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직무급제 도입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보수체계 개편 없이 정년만 연장할 경우 ‘철밥통 지키기’라는 여론이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공공 부문에 이어 민간 기업까지 확산될 경우에는 추진 과정에서 세대 간 일자리 갈등만 커질 우려도 있다. 특히 정년연장이 청년층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민간사업체(10~999인)에서 정년연장 수혜자가 1명 증가할 때 청년층(15~29세) 고용은 약 0.2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년연장을 논의하더라도 단계적으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요셉 KDI 지식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정년을 한꺼번에 큰 폭으로 증가시키는 방식은 민간 기업에 지나친 부담으로 작용해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제도적 정년 연장이 사회적 합의로 결정되더라도 점진적으로 시행해 노동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이 충분히 흡수될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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