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로 전 세계가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백신이나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감염병이 확산하며 사망자가 속출하고, 사회 시스템 전반이 일시적으로 마비될 정도로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단연 경제 활동의 멈추면서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미세먼지 등 대기질 개선이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이 지구가 활력을 찾게 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팬데믹으로 인류가 멸망하지 않을 것이지만, 기후변화는 인류를 멸망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CAC(Cities Against Covid-19) 글로벌 서밋 2020’에서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이같이 지적했다.
CAC 글로벌 서밋 2020은 서울시가 코로나19 등 감염병 위기를 극복하고 대전환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이달 1일부터 오는 5일까지 개최한 온라인 국제회의다. 글로벌 주요 도시 시장, 세계적인 석학, 방역 전문가 등 약 120여 명이 참여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인 ‘그린뉴딜’ 정책을 글로벌 각 국이 채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쳤다. 도덕경제학의 저자이자 레온티에프상 수상자인 세계적인 경제 석학인 새뮤얼 보울스 교수는 “미국이 2차 대전과 대공황이란 변곡점 겪으며 대전환이 있었듯 코로나도 비슷한 대전환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패러다임은 경제에 도움이 되고,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그린뉴딜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서울시는 이 자리에서 포스트코로나의 일환으로 그린뉴딜 정책을 선제적으로 추진, 오는 2050년까지 서울을 ‘넷 제로(Net Zero·탄소중립) 도시’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넷 제로는 다양한 감축 정책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만큼은 숲을 조성하는 등의 방법 등을 통해 대기 중 온실가스를 제거해 순배출량이 0이 되는 개념을 말한다.
박 시장은 “양적 성장에 따른 ‘기후 위기 저주’는 코로나19라는 생태·문명사적 거대한 전환의 갈림길에서 전 인류에게 분명한 시그널을 줬다”며 “도시 운영 시스템을 탈 탄소 체계로 전환, 탄소에 의존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해 내겠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지구의 온도상승분을 ‘인류생태 레드라인 1.5도’ 이하로 끌어내리는 것이다.
지난 2016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박 시장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온도 1.5도 상승을 인류 생존을 위한 ‘레드라인’으로 밝힌 바 있다. 이미 산업화 이후 지구 온도가 1도가 올라 온도상승분을 끌어 내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미 시민 주도형 에너지 실험인 ‘원전하나 줄이기’를 통해 337만 명이 참여해 현재까지 원전 3기 대체효과를 얻었다. ‘에코마일리지’는 213만 명의 서울시민이 참여해 온실가스 200만t CO2를 감축했다. 시민과 함께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를 감축하는 ‘서울의 약속’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의 기후변화 대응 비전으로 확산하고 있다.
박 시장은 “도시과밀, 생태파괴, 온실가스 증가로 이어지는 효율 중심의 양적 성장은 앞으로 더이상 유효할 수 없다”면서 “미래세대의 생존권을 지켜낸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시민과 함께 그린 뉴딜을 강력히 추진해 서울이 세계 환경표준 도시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