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중구 대신증권 본사에서 만난 홍재근(43) 미래산업팀장과 임해솔(32)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다가올 자본 시장 전망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디지털 초격차(넘볼 수 없는 차이) 경쟁이 시장의 ‘뉴 노멀(New Normal·새 기준)’로 자리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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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증권은 지난해 2월 미래산업팀을 만들었다. 리서치하우스에서 나오는 분석 말고도 향후 몇 년을 내다볼 미래 전략에 대한 R&D(연구개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남들이 걷는 길을 쫓아가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회사 내 의견이 모이면서 팀 구성에 속도를 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술보증기금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낸 홍 팀장과 밸류아이 투자자문 등에서 데이터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임 연구원이 합류한 시점도 이맘때였다. 홍 팀장은 “낯선 시점에서 시장을 볼 필요가 있다는 회사의 비전에 흥미를 느꼈다”며 “현재시점에서 시장을 보는 분들의 잣대를 충족할 미래 전략 제시와 커뮤니케이션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가장 눈여겨볼 트렌드로 ‘디지털 초격차(넘볼 수 없는 차이)’을 꼽았다. 홍 팀장은 “애플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이 AR·VR(가상·증강현실)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비대면과 빅데이터 기반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프롭테크에 대한 가치도 급증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반면 대형 인프라 투자로 성장을 일군 기업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시설 투자로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하는 산업군 입장에서는 수요 감소에 따른 가동률 저하와 맞닥뜨린 상황이다”며 “유형 경제에서 무형 경제로 시장 축이 이동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기민하게 대응하는지가 관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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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증시가 출렁이는 상황에서 이들이 꼽은 대체투자는 이른바 ‘올 웨더(All-Weather)’ 전략이다. 경제 순환 과정을 사계절 날씨에 비유해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해야 하는 것이 골자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올 웨더 포트폴리오로 높은 수익률을 거뒀던 헤지펀드인 브릿지 워터(Bridgewater)는 △장기채권 40% △주식 30% △중기채권 15% △원자재 7.5% △금 7.5%로 이뤄진 포트폴리오 ‘표준비율’을 제시하고 정기적으로 이를 유지하는 포트폴리오 재조정(rebalancing)을 권고하고 있다.
임 연구원은 “연초 대비 S&P 500이 14% 하락하는 동안 올 웨더 포트폴리오는 3% 수익(이달 5일 기준)을 낸 것을 보면 위기에 강한 대체투자 전략임을 알 수 있다”며 “변동성 높은 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낼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대체투자 시장 회복은 에너지 산업부터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과거 금융위기 때 낙폭이 컸던 업종들이 오히려 크게 반등했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 이후 낙폭이 가장 큰 업종은 에너지였고 △자동차·부품기업 △금융 △소비재 등이 뒤를 이었다.
임 연구원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시장 위험이 확대된다면 지금처럼 에너지 관련 산업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며 “이들 업종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회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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