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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동의 타임머신]`어닝쇼크` 예고한 삼성전자…`갤노트7`의 경험

양희동 기자I 2019.03.30 04:00:00

올 들어 1~3월 석달 연속 매달 10%이상 D램값 추락
''슈퍼사이클` 이전 수준..올 1Q 수익 5조대 전망까지
16년 3분기 ''갤노트7'' 단종사태 당시와 비슷한 수준
위기 뒤 품질 강화..''갤S10'', ''갤럭시폴드'' 토대 마련

삼성전자가 2016년 10월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 이후 스마트폰 배터리 안전성 대폭 강화, 소손 현상을 재현하기 위해 대규모 충방전 검사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1·2월에 이어 이달 또다시 하락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DDR4 8Gb 1Gx8 2133MHz PC향 범용제품) 고정거래가격은 전달에 비해 11.11% 하락한 4.56달러, 낸드플래시(128Gb 16Gx8 MLC 메모리카드/USB향 범용) 가격은 2.61% 떨어진 4.11달러를 기록했습니다. D램 가격이 5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6년 12월(4.19달러) 이후 2년 3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또 낸드플래시 가격도 2016년 11월(4.11달러)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습니다. 다락같이 치솟던 메모리값이 지난해 10월부터 추락하면서 세계 메모리시장을 사실상 ‘슈퍼사이클’ 이전으로 되돌아갔습니다.

◇2016년으로 되돌아간 메모리값…그해 ‘갤노트7’ 단종 위기

심각한 메모리 업황 악화 속에서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26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잠정 실적 발표 이전에 공시를 통해 ‘어닝쇼크’를 사전 예고했습니다. 오는 4월 5일로 예정된 잠정 실적 발표에서 실적이 시장 컨세서스(전망치)를 대폭 하회하면 주가 급락에 따른 투자자들의 손실이 우려돼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애초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전사 영업이익을 7조원 초반대로 예측했지만 어닝쇼크 예고 이후 6조원 대로 낮춰 잡았습니다. 일각에서는 5조원 대까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삼성전자가 1993년부터 26년째 1위를 지키고 있는 D램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4분기(IHS마킷 자료) 39.9%로 2014년 2분기 이후 18분기 만에 40%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올 상반기 중으로 멈출 것이라던 메모리 가격 하락세도 오는 3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D램 시장 규모도 전년 대비 22% 가량 줄어든 770억 달러(약 88조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시간을 메모리 슈퍼사이클 직전인 2016년 3분기로 되돌려보면 당시도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단종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이 스마트폰은 원래 순서대로라면 ‘갤럭시노트6’가 돼야 하지만 홍채 인식 등 혁신 기능을 탑재, 갤럭시S 시리즈와 순서를 맞춰 내놓은 삼성전자의 야심작이었습니다. 2016년 8월 2일 ‘삼성 언팩’ 행사를 통해 공개했고 예약 판매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큰 기대감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출시 직후부터 소손(燒損·불에 타 부서짐) 사고가 연이어 보고됐고 출시 13일 만인 9월 2일 1차 리콜 발표가 이뤄집니다. 그러나 리콜 이후에도 소손이 계속되자 삼성전자는 그해 10월 11일 과감히 단종을 결정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 사건으로 대규모 손실을 입었고 2016년 3분기 잠정 실적도 처음 발표된 매출 49조원, 영업이익 7조 8000억원에서 각각 47조 8000억원, 5조 2000억원으로 대폭 낮춰 수정했습니다. 특히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손실을 한번에 반영해 IM(IT·모바일)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5.8% 줄어든 1000억원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단종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AI·전장 등 신성장 동력 마련

당시 업계에선 단종사태의 여파가 최소한 1년 이상 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 사건 직후인 오히려 과감한 M&A(인수합병)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습니다. 단종 발표가 이뤄졌던 그해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기업인 비브 랩스(VIV Labs Inc)를 인수해 현재 삼성전자 전 제품에 탑재된 AI 플랫폼 ‘빅스비(Bixby)’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같은달 말 이재용 부회장은 등기이사로 선임돼 책임 경영을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11월엔 세계 1위 자동차 전장(전자 장비)기업 하만(HARMAN)을 당시까지 국내 기업의 해외 M&A 역사상 최고금액인 8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위기 속에서 뿌린 씨앗은 열매를 맺어 AI와 전장 사업은 모바일과 가전, 시스템 반도체 등과 결합돼 새로운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IM부문 영업이익도 전략스마트폰 ‘갤럭시S10’ 출시와 함께 올 1분기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현재 위기를 맞고 있는 반도체 사업도 메모리 치중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에 EUV(극자외선)를 도입하는 등 비(非)메모리 사업에 집중 투자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부터 메모리 시장도 차츰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삼성전자 IM부문장인 고동진 사장은 2016년 10월 11일, 갤럭시노트7 단종 결정과 함께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보냈습니다.

이 글에서 고 사장은 “지금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시점입니다. 오늘 이 순간이 더 큰 도약의 시작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임직원 여러분의 변함없는 노력과 지원을 당부드립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가 무엇을 더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겸허하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는 이어 “항상 최고의 품질을 추구하고 의미있는 혁신을 위해 노력하여, 더욱 신뢰받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합시다. 새롭게 태어나는 무선사업부가 됩시다. 제가 맨 앞에서 솔선수범 하겠습니다”라고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올 들어 접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갤럭시 폴드’를 선보이며 스마트폰의 새로운 혁신을 이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이후 메모리 반도체 가격 추이. (자료=D램 익스체인지·단위=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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