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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청사 지열냉난방 사업 1년째 ‘개점휴업’
경기도 화성시는 지열을 활용해 청사를 냉난방하려는 사업을 추진했으나 포항 같은 지진 사태를 우려한 투자자의 기피 속에 사실상 무기한 중단됐다.
시는 2017년 11월 이 같은 ‘심부지열 에너지 실증사업’을 추진했고 선정된 민간 사업자가 시추 기계를 들여와 땅을 1.8㎞까지 파 내려갔다. 원래 약 4.3㎞를 파 지열로 데운 물을 이용해 청사 냉·난방에 쓴 후 인근 아파트 등으로 확대 도입하려 했다. 그러나 때마침 포항 지진이 터졌고 그 원인이 인근 지열발전 때문이라는 논란 속에 사실상 무기한 중단됐다.
시는 지열발전과 지열냉난방은 전혀 별개의 개념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땅을 파서 관에 물을 흘려보내는 건 똑같지만 지열발전은 물로 전기 생산용 터빈을 돌릴 만큼의 강한 압력이 필요하지만 지열냉난방은 물을 흘려보낸 후 데워지면 다시 끌어올리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포항 지진 원인을 조사한 정부 조사연구단은 지난 20일 결과 발표에서 물 주입 때의 강한 압력이 지진을 촉발한 결정적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열발전과 달리 지열냉난방은 지진과 무관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에서도 사례가 드물고 국내에서는 2010년에야 처음 포항에서 시도한 지열발전과 달리 지열냉난방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서다. 지진에 영향이 있다면 이미 오래전부터 문제가 생겨야 했다.
우리나라에도 지난해까지 이미 전국 1만4623개 주택과 2312개 건물이 지열을 냉·난방에 활용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세종시 정부청사다. 연면적(60만7555㎡)의 건물 전체 냉난방 부하의 38%를 지열이 맡는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이탈리아 등에서도 자주 활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관계자는 “주택·건물 냉난방을 위해 땅속 열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과 지열로 전기를 생산하는 건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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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지열발전과 지열냉난방의 개념을 혼동한 탓에 지열발전이 2003년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하는 잘못된 정치 공세도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포항 지열발전소가 이명박 정부인 2010년 시작됐다며 보수 야당을 비판하자 보수 진영 일각에서 지열발전이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사실상 추진되기 시작했다며 반박한 것이다. 포항 지열발전 사업에도 참여한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2003년 포항에서 ‘지열수 이용 프로젝트’라는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했다는 게 그 근거다.
산업부 관계자는 “2003년부터 추진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포항 지열발전 사업은 기획과 공고, 사업자 선정, 착수까지 모든 과정이 2010년 이뤄졌으며 이것이 국내 최초의 지열발전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역시 이번 포항 지진 조사결과 발표에 ‘불똥’이 튀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이 사업의 결정 과정과 배경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한수원을 함께 거론한 것이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수원이 2015년 12월 포항 지열발전 사업 주체인 넥스지오 컨소시엄과 양해각서(MOU)를 맺은 게 화근이다. 실제 컨소시엄 참가사는 민간 기업인 넥스지오 외에 포스코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서울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노지오테크놀로지가 있다.
한수원은 이에 “한수원은 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2015년 12월) 실증사업 성공을 전제로 이후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양해각서를 맺기는 했으나 실증사업이 포항 지진으로 중단되면서 후속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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