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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 중인 청년들에게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며 서울시가 추진한 ‘서울형 뉴딜일자리’가 당초 도입 목적과 달리 운영에 난맥상을 드러내면서 시간 때우기식 단순 아르바이트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마다 1000억원 가까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인 만큼 중간관리자 충원 등 제도 정비를 통해 도입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 경험 제공한다더니 계약직이라고 회의서 배제”
서울시는 공공일자리를 만들어 청년에겐 일 경험을 제공하고 사회 전체로는 공공서비스를 강화함으로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 아래 2013년 뉴딜일자리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에서 행정사무 등을 담당한다. 서울시 산하 구청이나 복지관부터 문화회관·교통방송·서울대공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참가자를 모집한다.
청년 취업난이 심화하자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참여자 수와 사업 수를 대폭 늘렸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3년 4079명이던 뉴딜 일자리 참여자는 2015년 1730명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5294명으로 증가 반전했다. 2016년에는 2160명이 참여했다.
사업 수 역시 △2013년 29개 △2014년 27개 △2015년 45개 △2016년 77개 등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하다 지난해 266개로 급증했다. 올해 사업수는 279개로 작년보다 13개 늘었다. 예산도 856억원으로 증가했다.
일 경험은 뉴딜일자리 정책이 내세우는 핵심 목표이자 여타 공공근로와 구분되는 차별점이다. 하지만 일부 참여자들은 뉴딜일자리가 경험을 제공하기보다는 단순 아르바이트에 그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지난해 뉴딜일자리에 참여한 이모(27)씨는 “취업하려면 경험이 필수라 생각해 지원했는데 적응할 때가 되면 사수가 바뀌고 업무도 단순작업 위주라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내세울 만한 경험은 하지 못했다”라며 “대학생 때 했던 아르바이트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참여자인 정모씨는 후기 게시판에 “다양한 일을 배울 거로 생각해 지원했는데 실제로는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회의 참석에서 배제됐다”고 전했다.
◇참여자 관리하는 매니저도 참여자 신분
뉴딜일자리가 일 경험을 쌓는데 한계를 드러낸 데는 중간 관리자 부재가 한몫을 했다. 서울시는 참여자들이 겪는 고민과 업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등을 담당하기 위해 일종의 관리자인 뉴딜매니저를 두고 있다. 뉴딜매니저는 참여자의 급여·출퇴근 등 근무 전반을 살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참여자 수에 비해 뉴딜매니저의 수가 적고 뉴딜매니저 역시 뉴딜일자리 사업을 통해 뽑힌 계약직 신분인 탓에 관리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사업 참여자는 총 3954명이다. 사업장별로 수시로 사람을 뽑는 탓에 지금도 모집이 진행 중인 것을 고려하면 올 한해 뉴딜일자리 참여자 수는 4600명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2018년 뉴딜매니저는 76명에 불과하다. 뉴딜매니저 한 사람이 50명이 넘는 참여자를 관리하는 셈이다. 뉴딜매니저 B씨는 “사업장마다 맡게 되는 인원이 천차만별이다”라며 “열 명 남짓을 담당하기도 하지만 300명 이상을 관리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게다가 뉴딜매니저 역시 뉴딜일자리 사업에 지원해 뽑힌 계약직이다. 업무 연속성도 떨어질뿐더러 일반 참여자와 사업 이해도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도 있다.
뉴딜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는 A(25)씨는 뉴딜매니저 부재로 처음 일을 시작한 두 달 동안 일 없이 지내기도 했다.
A씨는 “담당 뉴딜매니저가 공석이어서 일을 지시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다른 직원이 임시로 나를 맡아주긴 했지만 그분은 너무 바빠 내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4월 말에 처음 출근한 A씨는 7월에야 업무를 배정받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뉴딜매니저도 사업 참여자라 중간에 그만두면 일정 기간 관리자 없이 붕 뜨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서울시 소속 공무원들이 꾸준히 정책을 담당하고 있어 괜찮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뉴딜일자리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시는 내년에 972억을 투입해 5500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