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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지방선거 개표 결과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신지예 녹색당 후보는 김종민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를 1200여표 차로 앞서는 8만2874표(득표율 1.6%)를 얻어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국회에서 의석수가 한 곳도 없어 당초 주요 정당이 참여하는 서울시장 후보 TV토론회에 나서는 못한 점 등을 감안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다. 정의당은 국회 의석수가 현재 6석이다.
또 제주지사 선거에 뛰어든 고은영 제주지사 후보는 3.5% 득표율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치고 3위에 오르는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제주지사 선거 최초 여성인데다 젊은 나이, 이주민 출신 등을 감안하면 예상외였다는 평가다. 올해 만 29세인 허승규 후보도 보수텃밭인 경북 안동에서 시의원 선거에 나서 16.5% 지지를 얻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녹색당의 성과는 한국 사회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이후 실질적인 여성 권리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더욱이 기존 정치에 신물이 난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이 차선으로 야권 소수정당을 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지혜 후보는 “여성 문제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등 시민들의 삶에 직결된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줄기차게 강조했다”며 “앞으로도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위해 계속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당은 2020년 총선에서 원내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쉽진 않은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에서도 총 32명 후보가 출마했지만 단 한명의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한국당 심판론 성격이 강하게 나타났던 만큼 일부 소수정당으로 표가 분산됐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선거법상 기탁금 등 선거운동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소수정당이 거의 없는데다 선거연령 하향, 비례대표성을 강화한 선거구제 개편도 결국 거대 정당이 열쇠를 손에 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12년 창당한 녹색당은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이 0.48%에 그쳐 정당법에 따라 등록 취소됐다. 결국 ’녹색당 더하기‘로 당명을 바꿔 재창당해야 했지만 해당 정당법 조항이 2014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아 원래 당명인 녹색당을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