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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후배들과 사장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면 자리를 넘기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사장의 발언은 이달 30일로 예정된 대우조선해양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 사장의 연임 건이 상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취임 후 3년여간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회사의 정상화를 이끌어온 만큼 그의 연임 가능성은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하지만 정기 주총 안건에서 대표이사 선임 건이 빠지면서 정성립 사장의 연임불가론이 회사 안팎에서 번지고 있다. 정 사장은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2015년과 같이 이전투구 양상이 재연되고 회사의 명성과 내부 단합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연임을 포기할 수도 있다”면서 “다만 경쟁 후보가 없고 대주주를 비롯한 채권단에서 다시 한 번 자리를 맡아달라는 요청이 있을 경우 연임 의사도 있다”고 전했다.
당초 업계는 정 사장의 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사장은 2015년 분식회계 사태로 최대 위기를 맞은 대우조선해양 사장에 취임한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7330억원, 당기순이익 6699억원을 거뒀다. 적자였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흑자로 올려놓았다. 부채비율도 2016년 2185%에서 281%로 낮췄다. 올해는 글로벌 조선업황 개선에 힘입어 LNG운반선 6척, VLCC 5척, 특수선 1척 등 총 12척 약 15억5000만 달러 상당의 선박을 수주하기도 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수주량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업계는 “정 사장이 사장직에서 물러날 경우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경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회사 내부는 낙하산 인사만은 막겠다는 의지다. 그동안 대우조선해양 사장직의 경우 대주주이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 의해 결정돼 왔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친(親)정권 인사가 내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재개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역대 CEO 가운데 외부 인사는 없었다”며 “만일 구조조정 대한 이해가 전무한 외부 인물이 사장으로 선임될 경우 친 정권 인사 논란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 관리체제에서 워크아웃을 졸업한 2001년 이후 역대 CEO 모두 내부 인사로 연임에 성공했다. 정성립 사장이 2001년 3월부터 2006년 3월까지, 남상태 전 사장이 2006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연임했다. 정 사장 전임인 고재호 전 사장은 2012년 4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임기를 마친 후 연임에 성공했지만 인사청탁 등 비리 혐의로 조기에 물러났다.
한편 사장 후보를 추천하는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는 차기 사장 후보를 다음 달 중순에는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임시 주총을 개최하려면 45일 전에 미리 이사 선임 건에 대해 고시해야 한다. 관건은 후보에 정 사장이 포함될지 여부다. 대우조선해양은 정 사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5월 28일 이전 주총을 열어 신임 사장 선임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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