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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걱정에 잠자는 공기청정기…학교는 미세먼지 무방비

김보영 기자I 2018.01.19 06:30:00

교육부 대응 매뉴얼, 실외수업 자제 권고 수준 그쳐
평일 미세먼지 주의보 각 교육청 대응 건수 25회
사실상 일선 학교 재량…"구속력 없고 편차 커"
공기청정기 설치 등 실내 공기 질 관리 대책 개선도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서울 마포구에 사는 워킹맘 김선아(가명·38)씨는 최근 미세먼지가 극심해지자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방학 중 운영하는 방과후 수업에 보낼 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매일 ‘니쁨’을 기록하고 있는 미세먼지가 아이 건강 해칠까봐 걱정 되서다.

김씨는 “교실엔 공기청정기도 없고 실외 수업 자제 수칙마저 제대로 지키는 학교들이 많지도 않다. 봄이 되면 미세먼지가 더 심해질텐데 학교 측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여 걱정이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호흡기 건강을 위협하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올 겨울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교육 당국의 허술한 현장 대처로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실무매뉴얼’을 만들어 전국의 시·도 교육청에 전파했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실외 수업 자제 권고’ 정도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환경 단체와 학부모들은 교실 내 공기청정기 설치 및 가동 의무화, 마스크 의무 보급 등 교육부 차원에서 보다 구속력있고 적극적인 대응 매뉴얼을 수립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의보 발령 대처 25회 뿐…무대응 교육청도

환경시민단체 녹색연합이 공개한 ‘고농도 미세먼지 주의보·경보 발령에 따른 조치 현황’에 따르면 2016년 평일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횟수는 총 32회다. 그 중 세종교육청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이 실외수업 자제 등 대응 조치를 한 사례는 총 25회에 불과했다.

심지어 고농도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음에도 대처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도 4곳이나 됐다. 대구, 울산, 강원, 경남이다. 강원교육청은 두 차례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지만 한 번도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교육청은 6차례 주의보 중 3번만 대응했고, 충북교육청도 5차례 중 3번 뿐이었다.

모든 시·도 교육청은 미세먼지와 관련해 교육부가 2016년 2월 처음 발표한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실무매뉴얼’을 따르고 있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면 관내 학교에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것과 함께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는 실외수업을 금지하고 중·고교는 실외수업을 자제해야 한다.

미세먼지 예보제는 좋음-보통-나쁨(81㎍/㎥)-매우나쁨(151㎍/㎥)까지 4단계로 운영된다. 주의보는 ‘매우나쁨’ 상태가 2시간 이상 지속되면, 경보는 미세먼지 농도가 300㎍/㎥인 상태가 2시간 이상을 넘기면 내려진다.

이를 두고 실외 수업 자제 기준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학부모 및 일부 시도교육청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지난해 4월 미세먼지 농도 ‘나쁨’ 단계부터 실외수업을 자제하도록 매뉴얼을 개정했다.

그러나 강제력이 없는 탓에 매뉴얼에 따른 대처방안 시행여부는 학교 관계자들 재량에 달려 있다. 학교측은 미세먼지가 나쁨 단계지만 주의보 미만인 경우일 때가 가장 애매하다고 털어놨다.

서울 은평구의 A초등학교 교장은 “미세먼지가 조금이라도 심한 날이면 실외수업 금지를 요구하는 학부모들 전화와 문자가 줄을 잇는다”며 “아예 심각한 수준이면 판단하기 쉬운데 주의보 발령 미만에서는 정해진 기준이 없어 적절한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육아 중인 주부 임모(36)씨는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보였던 며칠 전 딸 아이가 다니는 학교 앞을 지나다 운동장 수업을 받는 아이들이 있어 경악했다”며 “교육지원청에 전화해 항의했지만 주의보 수준이 아닌 이상 야외수업 자제 권고 수준 정도에 그쳐 학교 측에 마땅히 가할 제재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과 관련 부처 차관들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미세먼지 대책 특별위원회의 전체회의에 참석,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초중고 10곳 중 7곳 실내 미세먼지 ‘나쁨’

학교 실내 공기의 질을 걱정하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전국의 초중고교 10곳 중 7곳의 실내 미세먼지 수준이 야외보다 나쁜 수준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 제출 받은 ‘교사 내 공기 질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교실 내 공기와 외부 공기의 질을 동시에 측정한 결과 전국 3703개 학교 중 2562개(69.1%) 학교의 교실 미세먼지(PM10) 농도가 외부보다 높았다.

심지어 서울 송파구의 한 중학교의 실외 미세먼지 농도는 8.9㎍/㎥였지만 교실 안 미세먼지 농도는 92.5㎍/㎥으로 10배가 넘었다.

경기도에 거주하며 초등학생 남매를 키우는 주부 현모(39)씨는 “각 시도교육청, 학교별로 미세먼지 대책이 제각각이다보니 어떤 지역 학교는 공기청정기 설치, 미세먼지 마스크 지급 등 비교적 우수한 대응 조처를 하는 반면, 어떤 곳은 실외 수업 자제조차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 실정”이라며 “교실에 공기청정기가 있지만 요금 등을 이유로 설치만 해두고 가동은 하지 않는다는 학교들도 많다”고 어이없어 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학교보건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교실 내 초미세먼지(PM2.5) 유지기준’을 신설했다. 교육부는 교실 내 미세먼지 유지 기준을 영유아 보육시설 및 노인 요양시설과 같은 기준(70㎍/㎥)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학교장은 앞으로 연 1회 이상 실내 미세먼지 정기점검을 받아야 한다. 새로운 미세먼지 유지 기준은 오는 3월 신학기부터 적용된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아직까지 교육부 매뉴얼은 미세먼지 주의보, 경보에만 적극 대응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학생들을 보호할 다각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담겨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친환경 통학차량으로의 전환, 미세먼지 마스크 무상보급, 공기청정기 설치 의무화 등 정부가 학생들의 건강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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