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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IMF 외환위기 속에서 국민들의 눈물을 쏙 뺀 ‘눈물의 비디오’는 지금도 회자되는 구조조정의 슬픈 역사로 회자되고 있다. 당시 제일은행은 48개 지점을 폐쇄하고 약 4000여명에 이르는 직원을 감원했다. 제일은행은 뉴브릿지캐피탈에 인수된 후 2005년 SC은행에 재매각됐다.
20년이 지난 현재 SC제일은행은 ‘다운사이징과 노사관계’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성공적인 구조조정 전례로 ‘환골탈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C제일은행의 ‘세대 간 빅딜 매직’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SC제일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2499명을 명예퇴직시키고 그 두 배가 넘는 5404명을 신규 채용했다. 지난해 12월말 현재 SC제일은행의 임직원 수가 4529명인 점을 고려할 때 ‘인력 재조정(리스트럭처링)’을 완료했다. 이를 통해 지난 2010년 약 34%에 달하던 전체인원 대비 관리자급(부장급) 이상 비율을 지난해에는 18%까지 절반 수준으로 낮춰 시중은행 가운데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가장 많이 해소했다.
대대적인 인원 감축은 노동조합과의 갈등을 야기할 사안이지만 SC제일은행은 파격적인 특별퇴직 조건을 내걸었다. 대규모 특별퇴직금을 ‘비용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 개념으로 인식했기에 가능했다.
실제 명퇴자에 대한 직위별 지급한도를 36~60개월치로 정한 2015년 908명이 명예퇴직 해 한꺼번에 1000명 가까이 떠나기도 했다. 2014년말 SC제일은행의 총 임직원 수가 5119명인 점을 감안하면 5명 중 1명을 줄인 것이다. 이 덕에 일 년 만인 2015년말 임직원을 4233명으로 ‘다운사이징’했다.
2016년에는 30~50개월치, 지난해에도 33~42개월치로 각각 정했다. 최대 37개월치를 산정하는 다른 은행에 비해 월등히 높다. 특별퇴직금 외에 추가지원금도 있어 창업지원금을 1인당 2000만원까지 지급하고 있으며 자녀학자금도 자녀 1인당 1000만원씩,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몸집을 크게 줄인 SC제일은행은 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종복 행장은 SC제일은행의 경우 리스트럭처링을 통한 다운사이징 작업이 마무리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377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5.9% 증가했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전년동기대비 0.7%포인트 개선돼 6.78%를 기록했다.
대신 SC제일은행은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은 기업금융에 집중한 은행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SC제일은행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면 기업금융이 3분의 2를, 소매금융 부문이 3분의 1을 각각 차지한다. 박종복 행장은 “소매영업에서 3000명이 일한다면 기업금융은 그 10분의 1인 직원 300명이 3000명이 근무하는 소매금융의 몇 배에 이르는 수익을 창출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SC제일은행은 급격한 기술 발달과 고객의 금융거래 패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고객 채널 구축’을 위해 일부 전통적 영업점을 모바일 환경의 신개념 점포(뱅크샵·데스크)와 ‘찾아가는 고객 서비스’ 등 혁신적인 고객 채널로 최적화해왔다. 이를 통해 지난해 12월말 점포수를 239개로 10년 전(2008년 366개)에 비해 127곳이나 축소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전략적 목표를 추진하기 위한 효율적인 조직 구조를 만들기 위해 급변하는 규제 환경과 치열한 경쟁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효율적인 영업 중심의 조직개편을 지속해 왔다”며 “견실하고 효율적(lean)이며 집중되고 수익성 있는 은행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