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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3년 뉴욕시민연합에 소개된 이 ‘밀폐되고 열악한 건물’은 층마다 12가구가 살도록 설계한 미국 뉴욕 맨해튼 동쪽지구 빈민가의 공동주택이다. 130년 전 이 빈민가의 거주자는 29만명에 달했다. 뉴욕인구의 4분의 3이 모여 살 정도로 과밀지역이었다. 지역면적이 260만㎡(약 79만평)였으니 1인당 허용면적도 9㎡(약 2.7평)가 채 안 됐던 셈이다. 남녀노소 다섯 가족, 모두 20명이 단칸방에 사는 일도 예사였다. 인구 과밀은 흉악범죄로 이어졌다. ‘범죄자 소굴’이란 별칭이 붙었다.
덴마크 출신 미국 신문기자였던 저자 제이컵 A 리스(1849∼1914)는 이 음습한 공동주택의 만상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 오늘날 포토저널리즘의 선구자로 불린다. 화려함 뒤에 가려졌던 뉴욕의 치부를 세상 밖으로 끌어낸 순간이었다.
저녁시간까지 끝도 없이 이어지는 노동착취의 현장,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갱단이 돼가는 부랑아들의 골목, 이들의 가난이 자본가에게는 돈벌이가 되는 현실 등 당시의 천태만상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주민 대다수가 가난한 이민자였던 이들은 비위생적인 생활환경과 열악한 노동에 시달렸다. 봉제작업을 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새벽 4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했다. 환경에 취약한 아이들은 어른보다 쉽게 질병을 얻고 죽어갔다.
책은 당시 여론의 호응을 이끌어 뉴욕시의 주거관련법, 아동노동금지법 제정 등 정책 변화를 이끌었다. 19세기 뉴욕의 사회개혁이 책 한 권에서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 이유다. 저자는 감정에 호소하지는 않았다. 저널리스트답게 사실적 자료의 수집, 대상과 거리 두고 관찰하기 등 탐사보도의 원칙을 지키며 썼다.
100여년 전 참담한 현실에 대한 ‘고발’이 오히려 ‘세상의 절반’에 눈 돌리고 있는 지금의 현실과 더 맞닿아 있는 것 같아 씁쓸함을 안긴다. 저자는 책 시작과 마침에 제임스 러셀 로웰의 시를 인용한다. “귀족을 비호하고 빈민을 짓누르는 저 건물을 방치해야 하는가”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