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정부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도입된 ‘양대 노동지침’이 공식 폐기됐고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 파견법의 엄격한 적용 등 최근 노동정책들은 근로자 보호 쪽에 일방적으로 치우친 모양새다. 뿐만 아니라 북핵문제를 둘러싼 긴장고조,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장기화 등 대외적인 리스크가 커지는 점 또한 기업들에게는 부담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에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역대 최고로 오른 내년도 최저임금이다. 추가 인건비 부담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영세기업들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6470원인 최저임금이 오는 2020년에 1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중소기업 55%가 인건비 부담으로 도산할 수도 있다고 응답했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할 수밖에 없다면 먼저 현실과 괴리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한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 기본급 외에는 인정되지 않는 현행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통상임금에는 들어가는 고정상여금, 각종 수당 등을 포함하고 업종별·지역별·연령대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해 적용하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최저임금 못지않게 중소기업들이 우려하는 것이 근로시간 단축이다. 최근 국회에서는 300인, 50인을 기준으로 3단계로 나눠 총 16시간을 완충장치 없이 단축하자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조(兆) 단위의 추가부담금, 납품기한 준수 차질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유예기간이 없는 갑작스런 근로시간 단축은 가격경쟁력과 신속한 납품으로 버티고 있는 국내 중소제조업들이 중국, 일본 업체들 사이에서 경쟁하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2004년 법정근로시간을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일 때에는 기업규모별로 7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이런 과거 입법례와 같이 단계를 좀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으며 불필요한 장시간근로의 원인인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수당도 현재와 같이 50%로 유지하고 장기적으로는 국제노동기구(ILO) 권장 기준인 25%로 낮추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중소기업계에서는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에 민주노동당 대표를 역임한 노동전문가가 취임하면서 노동문제 해결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이 많다. 노동문제는 노사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만큼 다른 분야보다도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최근 노동현안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크기 때문에 노사정위원회에 중소기업, 비정규직 등 다양한 경제주체의 참여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사회적 대화와 타협이 활성화되고 노사정이 합리적인 방안을 함께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노동이슈를 보면서 공장 해외이전이나 자동화를 고민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기업인 입장을 떠나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안타까운 심정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국회가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