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탄핵 정국 속에서 ‘영남=보수, 호남=진보’라는 공식이 깨졌고,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등 충청권 출신의 대권주자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이번 대선은 세대 간 표 대결과 함께 충청권 표심이 막판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더민주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대부분의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행정수도 완성론’을 주장하는 등 충청권 표심을 얻기 위한 구애에 나섰지만 현재 지역주민들은 특정후보에 대한 쏠림현상보다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지역 공약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대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충청권 급부상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에 따르면 각 정당들은 충청권을 이번 19대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지목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각 권역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에 본사를 둔 중도일보가 전국 7개 지방신문사와 공동으로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7~8일 전국 19세 이상 22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1%포인트·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대전·충청·세종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41.0%의 지지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40.1%의 지지를 각각 얻었다.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후보 간 3자 대결에서도 충청권에서는 안 후보에게 46.2%의 지지를 보냈다.
이어 문 후보와 홍 후보는 각각 41.4%와 7.3%의 지지를 얻었고, ‘없음’은 5.1%였다.
다만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 간 양자대결에서는 문 후보가 44.0%로 안 후보(42.4%)를 1.6%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반면 13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4월 2주차 주중집계(무선 90·유선 10) 자료에 따르면 문 후보는 서울(46.3%, 안 35.9%)과 경기·인천(47.9%, 안 37.4%), 부산·경남(44.6%, 안 31.0%), 호남(48.9%, 안 43.3%)을 비롯해 대전·충청·세종에서 44.6%(안 32.0%)의 지지를 얻어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권역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MBN·매일경제 의뢰로 4월 10~12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2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로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충청권에서의 문·안 간 박빙 구도는 반 전 총장과 안 지사의 중도탈락으로 이들에게 쏠렸던 표심이 흩어진 데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모두 지역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그간 충청권의 정치구도가 보수와 진보 등으로 양분돼 있었고, 각 지역에 강한 조직력과 인지도를 갖고 있는 인사들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표명을 망설이고 있다는 점도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19대 대선의 새로운 충청 어젠다는?
지난 18대 대선까지 충청권 최대이자 공통의 어젠다는 ‘세종시’였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행정수도를 충청도로 옮기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충청권 표를 결집함으로서, 이회창 후보를 물리치고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됐다.
이어 17대 대선과 18대 대선에 출마해 당선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들 역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이후 행정수도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변경된 세종시 사업의 완성을 충청권 최대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18대 대선까지 세종시는 대전과 충남, 충북 등 충청권 공동의 문제이자 어젠다로 각 대선 후보들은 물론 정당들이 앞다퉈 공언했던 최대 사업이었다.
그러나 세종시가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완성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번 19대 대선에서는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국무총리실을 필두로 기획재정부 등 중앙부처와 정부출연기관들이 대거 입주하면서 세종시 인구(4월 11일 현재)는 25만 1782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세종시 신도시가 국가 주도의 계획도시로 조성되면서 이 일대 주택과 땅 등 부동산 가치는 수십배에서 수백배 폭등하는 등 자산가치는 천문학적인 수치로 증가했다.
반면 대전과 충남, 충북은 세종시의 성장과 달리 별다른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고 있다.
이들 인근 지역 주민들은 세종시 조성으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인구 유입 등의 효과를 기대했지만 정작 세종시 블랙홀 현상으로 인구와 기업·기관 유출이 이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각 대선후보들은 앞다퉈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조성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문재인 더민주 대선후보는 대전 등 충청권을 방문한 자리에서 “충청에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완성하겠다”면서 “세종시를 실질적인 행정중심도시로 완성하기 위해 국회 분원을 설치하고, 행정자치부와 미래창조과학부를 이전해 행정중심도시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역시 충청권 공약으로 “개헌을 통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명시하고, 대통령과 국회를 모두 이전해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지방균형발전을 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지역 정치권 인사들은 “지난 18대 대선까지 대전과 세종, 충남·북 등 충청권 4개 시도의 유권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가장 좋은 카드가 ‘세종시’였다면 이번 19대 대선에서는 세종을 제외한 3개 시도 지역주민들은 ‘행정수도 완성론’에 대해 큰 흥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세종시의 성장이 각 지역의 경제활성화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불리했던 선거 구도를 행정수도로 돌파했듯이 이번 대선에서도 충청권 표심을 잡기 위한 빅 이벤트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각 지역별 또는 충청의 공동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어젠다를 각 정당과 후보들이 개발·발표해야 할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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