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로 임기가 끝나는 박 소장은 그제 탄핵심판 제9차 공개변론에서 “늦어도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 13일까지는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심판 일정에 대한 헌재의 첫 공개 입장으로, 헌재 결원이 2명이나 생긴 상태에서 심판이 강행되면 심리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리다. 헌재 판결은 정원(9명)의 3분의 2(6명)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므로 박 소장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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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게이트 기획설’을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을 심판 지연 전략으로 보는 게 타당한지도 의문이다. 탄핵 피청구인에게도 방어권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마약설’, ‘굿판설’, ‘밀회설’, ‘친자설’ 등의 의혹에 대해 “어마어마한 거짓말”, “나라 품격이 떨어지는 이야기” 등의 강한 표현으로 전면 부인한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다만 기업들에 대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강요와 최씨의 국정농단 등 검찰과 특검 수사 및 헌재 심리 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난 사안들도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대수롭지 않은 잘못인 양 두루뭉수리 넘어가려는 것은 진실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탄핵소추 이후 첫 언론 인터뷰가 인터넷방송이란 사실도 대통령의 품격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떳떳하다면 탄핵심판정에 나와서 할 말을 하는 게 순리다. 박 대통령은 탄핵정국의 조속한 마무리를 간절히 바라는 국민의 뜻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