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은 누진제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으로 전국에서 8500여명이 참여한 9건의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그러나 이들 소송의 궁극적 목표가 돈 몇푼이 아니라 누진제 개편과 요금 인하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민들의 승리는 이미 예정돼 있는 셈이다. 지난 여름 ‘누진제 폭탄’으로 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자 부랴부랴 꾸려진 ‘전기요금 당정 태스크포스’가 조만간 개선안을 내놓기로 했기 때문이다.
태스크포스 위원인 조환익 한전 사장은 그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슈퍼 유저’(과다 사용자) 때문에 누진제 폐지는 힘들다면서도 “6단계 구간을 대폭 줄이고 구간 간의 급격한 차이는 개선해야 한다”고 인정했다. 최고 11.7배나 차이 나는 현행 누진제는 전형적인 독점의 폐해로 미국(2단계 1.1배), 일본(3단계 1.4배), 대만(5단계 2.4배) 등과 비교해도 너무 격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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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에서건 서민을 울리는 누진제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정부와 한전은 이번에 제대로 된 개선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지 않았다간 전기사업 민영화, 원가 공개와 원가연동제 실시 등의 대수술이 기다리고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