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전 대표 때와는 사뭇 달라진 대접이다. 박 대통령은 김 전 대표가 선출되고 두 달이 지나서야 첫 만남을 허락한 데다 회동 횟수도 2년 동안 한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그나마도 늘 냉랭한 분위기였다. 어쨌든 이 대표 체제가 원만한 당·청 관계 회복과 박 대통령의 최대 약점인 ‘불통’ 해소에 기여한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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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방식을 좀처럼 바꾸려 들지 않는 박 대통령이나 ‘그의 남자’임을 자처하는 이 대표에게 획기적 변화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지 모른다. 이 대표가 주재한 첫 최고위원회의 작품이 발표창구를 당대표와 원내대표 및 대변인으로 제한한 ‘언로(言路) 봉쇄’라는 점이 그런 사례다. 최고위원들끼리 언성을 높이던 김 전 대표 시절의 ‘봉숭아 학당’을 지양한다지만 그때 당대표를 물어뜯던 최고위원의 한 명이 본인이었음을 벌써 잊었는가.
“대통령과 맞서는 것을 정의로 여긴다면 여당 의원 자격이 없다”는 주장 역시 올챙이 시절 모르는 개구리 노릇이다. 이명박 정부를 누구보다 앞장서서 몰아붙인 이가 바로 이 대표다. “권력에 줄서는 수직적 질서를 수평적 질서로 바꾸겠다”던 전당대회 출마변은 어느새 온데간데없고 ‘비박(非朴)에 재갈 물린 어전회의’, ‘내시 대표’ 등의 비아냥이 난무한다. 박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다. 스스로 일개 계파 수장에 머무르려 한다면 정치가 실종되고 국민이 불행해지기 마련이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외면받지 않으려면 비박은 물론 야당과도 소통하고 국민과 폭넓게 대화하려는 자세가 요긴하다.